[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중국의 외환 보유액이 지난해 1조달러 벽을 넘어섰다. 다른 아시아 이머징마켓(신흥시장) 국가들 또한 놀랄 만한 속도로 외환 보유를 늘리고 있다. 이들 국가는 충분한 외환 보유액이 금융 위기에 대한 훌륭한 완충 수단이란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외환 보유액의 과잉은 반대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외환 과잉을 흡수하는 데 비용이 들게 되고 인플레이션도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는 가장 합리적인 길은 무엇일까. 정치가들은 보유 외환으로 예산에 구멍이 난 곳을 메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외환은 공짜 자산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중앙은행들은 환율을 조절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고 있고 보유한 외환은 이러한 국채의 저당물이 된다. 따라서 보유 외환을 쓰는 것은 정부 예산의 불투명한 초과 비용이 될 수 있다.

싱가포르와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금융 자산을 외국에 투자하기 위해 국영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 해당 국가가 재정 투자에 능숙해야 하고 외국 정부의 신경을 건드려서도 안 된다. 한국과 같은 경우엔 환율 압력을 줄이고 외환 보유액의 지나친 확대를 조절하기 위해 개인들이 외국에 더욱 투자할 수 있도록 계좌 제한을 완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취약한 금융 구조를 지닌 다른 개발도상국가들은 한국과 같이 자본 유출을 자유화하는 모험을 감행할 수 없다.

사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좀더 나은 방법이 있다. 해외 투자를 장려,자본 통제를 풀기 위한 수단으로 보유한 외환을 다른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까. 바로 정부에서 일정 기간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 뮤추얼펀드를 많이 허가해 그 수익금으로 중앙은행으로부터 외환을 사들이게 하고 다시 해외로 투자하는 데 이를 이용할 수 있다.

중앙은행은 보유 외환의 양을 명기하면서 뮤추얼펀드에 유출되는 외환의 양과 타이밍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에 의해 승인된 이 같은 뮤추얼펀드의 활성화는 펀드 간의 경쟁도 촉진한다. 물론 뮤추얼펀드에 외환을 판매할 때는 시장 환율을 그대로 적용해 불균형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또 정부는 그러한 펀드에서 완전히 분리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방법은 회계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자국의 투자자들에게 포트폴리오(투자 종목 구성) 다양화의 기회를 제공하고 국내 금융 시장의 발전을 촉진하는 기회도 된다.

일부 국가에서 연금펀드나 기관투자가들에 해외 투자를 허용하는 점진적인 계좌 자유화 조치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대안은 해외로 유출되는 돈의 양과 타이밍을 정부가 쉽게 조절할 수 없다.

뮤추얼펀드를 통한 외환 관리는 금융 분야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더욱 향상시키면서 포괄적인 계좌 자유화 조치를 위한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적절히 구조화된다면 이 같은 방법은 통제하지 못하는 자본의 해외 유출 위험도 피하면서 자국의 금융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이 글은 에스워 프라사드 코넬대학교 교수와 라흐람 라잔 시카고경영대학원 교수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Reserve Relief'란 제목으로 공동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