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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오만과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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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모든 분란(紛亂)의 원인인 제목 덕인가. 가진 건 없어도 당당한 여자와 모든 걸 갖춘 건방진 남자의 '밀고 당기기 끝 해피 엔딩'이란 내용의 힘인가. 제인 오스틴의 장편 '오만과 편견'이 '세계 책의 날'(3월1일)을 맞아 영국에서 온라인으로 조사한 '그것 없이 살 수 없는 책' 1위에 올랐다고 한다.

    오스틴은 과거 BBC방송이 실시한 '지난 천년간 최고의 문학가' 앙케이트에서도 셰익스피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18세기 후반,보통집안 출신인 엘리자베스와 귀족 청년 다아시가 첫눈에 반했으면서도 신분 차이에 따른 오만과 편견으로 갈등을 겪다 사랑으로 이를 극복한다는 것이다.

    소설의 결말과 달리 작가 오스틴의 삶은 행복하지 않았던 듯하다. 스물한살 때 남자쪽 집안의 반대로 결혼하지 못한 뒤 책의 원본인 '첫인상'을 썼지만 출간되지 않았다. 제목과 내용이 고쳐진 책이 나온 건 초고 완성 이후 17년이 지난 1813년이었다. 출판사의 여성작가에 대한 오만과 편견을 해소하는 데 그토록 오랜 세월이 필요했던 건지.

    수입 없이 혼자 살자니 고생도 막심했던 모양이다. 어머니와 함께 친지들의 집을 전전하다 서른네살 때 고향으로 돌아와 평생 독신으로 지냈다고 한다. 200년 뒤 독자들에게까지 사랑받는 걸작 '오만과 편견'은 그렇게 작가의 고통과 글쓰기를 통해 그것을 삭이는 긴 여정을 거쳐 태어난 셈이다.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혀 서로의 진심을 제대로 보지도 알리지도 못하는 게 어디 엘리자베스와 다아시 뿐이랴. 하루 평균 352쌍이나 된다는 이혼 남녀의 90%가 이혼을 후회한다는 조사 결과는 지금 이 순간에도 오만 내지 편견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될 이별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려준다.

    이혼 부부의 절반이 헤어진 이유로 '성격 차이'를 드는데 막상 이혼 뒤엔 "결혼생활을 좀더 잘할 걸. 조금만 더 이해하고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고 지낼 걸"이라며 땅을 친다는 것이다. 부부 사이에서만 그러랴. 어떤 다툼이 생겼을 때이건 상대의 오만과 편견을 비난하기보다 자신의 자세부터 돌아볼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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