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 이래 반세기 넘게 적대 관계인 북한과 미국이 5·6일 뉴욕에서 관계 정상화를 위한 실무협의를 시작한다.

지난달 13일 북핵 6자회담에서 한 달 내 실무협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미 측에서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북 측에서는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대표로 참석한다.

양국이 비수교 상태라 외교 비자를 받을 수 없는 김 부상은 시민단체가 초청하는 형식으로 1일(미국 서부시간)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비정부기구(NGO)에 대북 지원을 호소하고 스탠퍼드 대학에서 비공개 강연을 한 후 뉴욕으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는 이번 회담에서 수교를 위한 선결 의제를 정리하고 일정을 협의할 전망이다.

북한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과 적성국 교역법 적용 대상에서 탈출해 정상적인 교역 활동을 보장받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원칙에는 동의했으나 북한의 대량 살상무기 개발과 인권문제를 짚고가겠다는 입장이라 의제 설정부터가 쉽지 않다.

미 하원 국제 관계 위원장인 민주당 톰 랜토스 의원은 "북한의 인권과 미사일 개발문제 등이 다뤄지지 않고선 북·미 관계가 절대 정상화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테러지원국 및 적성국 해제 여부는 미 의회가 결정권을 갖는다.

북·미 실무그룹의 직접적인 의제는 아니지만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HEU) 개발 의혹도 협상 과정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HEU 개발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 미 의회 분위기가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은 북한이 낮은 단계의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약 50kg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며,이보다 진일보한 형태의 HEU도 개발을 추진해왔다고 확신하고 있다.

단 규모가 어느 정도이고 핵무기로 만들 수 있는 수준에 얼마나 근접했는지가 불확실하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날 워싱턴을 방문,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과 회담한다.

한편 중국과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 해체 시작에 합의함에 따라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동결된 2500만달러 가운데 일부 자금에 대한 동결 해제에 합의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이번주 중국에서 BDA 자금의 동결 해제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며 향후 수주 안에 BDA 북한 동결자금 중 1200만달러 이상이 해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