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갱영화 ‘디파티드’가 영예의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관왕에 올랐다.

26일(한국시간) 미국 LA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79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스콜세지 감독의 ‘디파티드’는 작품상과 감독상 편집상 각색상 등 주요 부문상을 석권했다.

특히 스콜세지는 7번째 도전끝에 처음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스콜세지는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땡큐”를 10여차례나 연발한 뒤 “내가 진짜 수상자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다”며 “지난 37년간 격려해 준 동료들 덕분”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스콜세지의 수상 여부는 올 아카데미상 최대의 관심거리였다.

스콜세지는 지난 1981년 ‘분노의 주먹’을 시작으로 ‘예수의 마지막 유혹’‘좋은 친구들’‘순수의 시대’‘갱스 오브 뉴욕’‘에비에이터’ 등으로 감독상 후보에 올랐으나 모두 수상에 실패했다.

2003년 ‘갱스오브 뉴욕’은 10개 부문 후보였지만 한 개도 못 받았고, 2005년 ‘에비에이터’는 11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촬영상 등 기술부문 4개상만 받았다.

같은해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밀리언달러 베이비’로 작품상과 감독상 등을 가져갔다.

이번 시상식에서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가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로 경쟁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스콜세지 감독이 보기 좋게 이스트우드 감독을 제쳤다.

‘디파티드’는 최근 미국감독협회로부터 감독상을 수상해 아카데미 수상이 일찌감치 예견됐다.

남우주연상은 ‘스콜틀랜드의 마지막 왕’에서 아프리카 독재자 이디 아민역을 훌륭하게 해낸 흑인배우 포레스트 휘태커가 차지했다.

흑인이 남우주연상을 차지한 것은 지난 1964년 시드니 포이티어(들에 핀 백합),2003년 덴젤 워싱턴(트레이닝 데이),2005년 제이미 폭스(레이)에 이어 네 번째다.

여우주연상은 ‘더 퀸’에서 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역을 빼어나게 연기한 헬렌 미렌에게 돌아갔다.

또한 남우조연상은 ‘미스 리틀 선샤인’에서 헤로인 복용으로 양로원에서 쫓겨난 할아버지를 연기한 앨런 아킨,여우조연상은 ‘드림걸즈’에서 뚱보이기 때문에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여가수역을 해낸 제니퍼 허드슨이 각각 차지했다.

올 아카데미상은 여느해 보다 ‘미국식 영화와 백인위주’란 전통을 깨뜨리려는 시도가 역력했다.

분장상 미술상 촬영상 등 3관왕에 오른 팬터지영화 ‘판의 미로’는 멕시코 출신의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이 남미 특유의 마술적 리얼리즘을 담아낸 작품이었다.

‘디파티드’도 오리지널 각본이 아니라 홍콩영화 ‘무간도’를 리메이크했다.

20대와 30대 여배우들이 주로 가져갔던 여우주연상은 61세의 영국배우 헬렌 미렌에게 주어졌고 남우조연상을 받은 앨런 아킨도 73세의 노장이다.

음향편집상을 받은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영어가 아니라 일본어로 된 영화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