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ㆍ검사들 사이에서 경제사건 관련 부서들이 최고의 보직으로 각광받고 있다. '경제' 분야 선호현상이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갈수록 더 뚜렷해지고 있는 것. 최근 마무리된 법원과 검찰의 인사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검찰청 첨단범죄수사과장의 경우 직위공모에 10 대 1에 육박하는 경쟁을 보였다.

법원 내에서도 지식재산권이나 기업 관련 전담재판부가 판사들 사이에서 선호부서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사범이 늘면서 수사나 판결에도 전문성이 중시되는 탓이다. 하지만 '경제통'일 경우 퇴직 후 주요 법률회사들의 집중적인 스카우트 대상이 된다는 '실리'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첨단범죄 등 경제수사 각광

부장검사급 인사만 남겨놓은 검찰의 경우 20개 안팎을 공모하는 부장검사급 직위공모에서 대검찰청 첨단범죄수사과장 자리가 최고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첨단범죄수사과장에는 사시 29~31회의 각 기수에서 내로라 하는 선두주자들이 대거 몰렸다. 또 법무부 내 인권과 국제 관련 부서 직위공모에도 부장검사들의 지원이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예전에는 시국사건이나 정치인을 주로 다루는 공안부와 특수부가 인기를 끌었으나 요즘에는 경제와 국제 관련 부서가 직위공모에서 가장 선호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모를 하지는 않았지만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와 첨단범죄수사부는 검사들 사이에서 상한가를 치고 있다. 금융조세조사부는 분식회계나 주가조작 세금포탈 등 금융범죄 수사를 주로 담당한다. 주식시장이나 파생금융상품 등 금융이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일 만큼 검찰 내에서도 전문부서로 꼽힌다. 경제사범이 늘어나면서 금융조세조사부도 1,2부로 나눠질 예정이다.

첨단범죄수사부는 기술유출과 정보기술(IT) 관련 범죄를 주로 다룬다. 최근 단층촬영기(CT) 등 의료기기 관련 첨단기술을 일본에 팔려던 일당을 잡아낸 곳도 첨수부다. 인터넷이나 휴대폰 등을 이용한 사이버 범죄를 잡아내는 데도 이들이 개발한 첨단 수사기법이 활용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실적을 올리기 쉬운데다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어 다른 부서에 가더라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식재산권ㆍ기업소송에 몰려

정기인사를 마무리한 법원의 경우 직위공모를 하지 않지만 각급 법원으로 배치된 후 업무분담에서 판사들의 치열한 자리다툼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국가 등 행정사건을 다루는 특별부가 가장 선호되고 이어 민사 형사의 순서"라며 "민사의 경우 지식재산권 관련 소송을 전담하는 민사 4~5부와 기업 관련을 주로 맡는 3개 부서에 판사들의 희망이 몰린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서도 지식재산권을 다루는 민사 8,11,12,13부와 기업법을 전담하는 21,22,31,32부에 법관들의 지원이 속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형사에서도 경제사건을 전담하는 형사 5,8,24부와 기술유출사건을 처리하는 형사 2,3단독부도 선호부서로 알려져 있다. 판사 출신의 모 변호사는 "퇴직 이후에도 일자리를 확보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에 경제 관련 전담재판부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정태웅·김현예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