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주총회에서는 유난히 표 대결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펀드 자본주의와 주주행동주의 바람이 거세지면서 사모투자전문회사(PEF)나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에 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는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주주 간 경영 참여 분쟁

표 대결이 예상되는 대표적인 곳은 SBS다.

회사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귀뚜라미보일러 대한제분 한주흥산 등 전통적 우호세력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SBS 경영진 측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선 지주회사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한주흥산 등 38.59%의 지분을 가진 주주들은 보유 지분율이 달라지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주회사화 하면 대주주인 태영의 2세에게 SBS 경영권이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점에 기존 주주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우리투자증권이 투자한 PEF 마르스1호가 2대 주주인 샘표식품도 관심이다.

이사를 파견하겠다는 마르스1호의 주주제안에 회사가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주총장에서 표 대결이 예상된다.

양측의 보유 지분율 격차는 불과 4%포인트 안팎에 불과해 결과는 예측 불허라는 관측이다.

현대상선은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이 합세해 정관 변경에 반대하고 나서 격돌이 예상된다.

현대상선 경영진이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경영상 목적으로 3자에 발행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겠다고 밝히자 기관과 소액주주들이 반대하고 나선 상태다.

한국투신운용이 정관 변경에 반대하겠다고 공시한 데 이어 소액주주들도 "과거 상환우선주 발행으로 주주가치를 떨어뜨린 데 이어 또다시 현 경영진의 필요만으로 우호세력에 3자 배정을 하겠다는 것은 모럴해저드"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상선 대주주인 현대중공업도 정관 변경 안건에 반대할 것으로 보여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 특별결의가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태다.

◆소액주주들도 감사자리 요구

중소 규모 기업에서는 감사 자리가 쟁점이다.

감사를 차지할 경우 기업 경영 전반에 대한 관리가 쉬워지기 때문에 감사 선임을 위해 나선 소액주주들이 적지 않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 농기계업체인 대동공업 소액주주들은 현재 사외이사와 감사 2명을 추천해놓고 있는 상태다.

특히 감사로는 공정거래위원회 과장 등 화려한 이력을 가진 오승돈 변호사를 추천,회사 측과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대동공업은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26%,62% 급감해 경영성과를 둘러싼 논쟁도 벌어질 전망이다.

조일알미늄은 소액주주들이 배당 확대와 감사 선임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이 최대주주는 주당 150원,그 외 주주는 400원 배당키로 한 데 대해 소액주주들은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무배당,그 외 주주는 5000원을 배당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감사 후보도 추천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배당 확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정관 변경을 통해 감사위원회를 설치함으로써 감사 선임 요구도 거부한다는 방침이어서 양측 간 격돌이 예상된다.

이 밖에 이미 소액주주들이 신문광고를 통해 감사 선임 방침을 밝힌 일성신약과 코스닥 상장사인 네오웨이브 등도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표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상장사인 솔본은 소액주주들이 감사 선임을 제안했지만 회사 측이 요건 미비로 접수하지 않아 이번 주총에서 안건 상정 여부가 불투명하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