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의 여성복 수석 디자이너 출신인 마르틴 마르지엘라의 개인 브랜드 '메종 마르틴 마르지엘라'가 지난해 말부터 국내 명품업계의 '샛별'로 떠오르고 있다.

신세계 인터내셔널은 메종 마르틴 마르지엘라가 지난해 매출 상승률 110%를 기록,이 회사가 수입하는 20여개 명품 브랜드 중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 브랜드가 인기를 끄는 비결을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로 봐서는 다소 난해하고 생경하게 느껴지는 디자인을 채용한 옷들이 많기 때문이다.

셔츠나 재킷의 앞섶을 언밸런스로 만들어 마치 단추가 잘못 꿰진 것처럼 하거나,흰 스커트에 얼핏보면 커피를 쏟은 듯 보이는 무늬를 넣는 식이다.

실제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다른 브랜드에 비해 매출액 대비 고객 수가 많지 않다.

소수의 고객들이 여러 번 반복해 구입해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디자이너 마르지엘라는 신문이나 잡지와 인터뷰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른 디자이너들이 유력 패션지에 자신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 설명하기를 즐기는 것과 대조적이다.

매장 바깥에 브랜드명을 표기한 간판을 걸지 않는 것도 이 브랜드의 특징이다.

목 뒤 라벨도 독특하다.

흰색의 광목천에 브랜드명 없이 0부터 23까지 숫자가 적혀 있고 그 중 하나의 숫자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을 뿐이다.

어느 숫자에 동그라미가 쳐져 있느냐를 보고 해당 제품이 어떤 라인에 속하는지 '아는 사람끼리만' 알 수 있다.

1,10번 라인은 각각 여성과 남성을 위한 컬렉션 라인으로 보다 전위적인 디자인의 제품이고 4,14번은 '워드롭(서랍장)'이라고 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이지웨어에 속한다.

디자이너,매장,옷 모두 '절대로 내가 누구인지 알리지 말라'는 식의 신비주의 전략을 채택한 것이 오히려 마니아들을 이 브랜드의 옷에 열광하게 만들고 있다.

마르지엘라는 옷을 만들 때 디자인의 영감은 어디서 얻었으며 어떤 제작 과정을 거쳤는지 꼬리표에 상세하게 적어준다.

드러내 놓고 자랑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옷을 알아보고 찾아주는 고객에게는 최대한의 친절을 베푼다는 것.메종 마르틴 마르지엘라는 그 어떤 브랜드보다 이를 잘 충족시켜 주고 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