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22일 청와대 '마지막 만찬'은 침울했다.

100년 정당 기치를 뒤로한 채 노 대통령이 창당 3년 만에 당과 이별을 고하는 자리였기에 비장감이 감돌았다.

노 대통령은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듯 지난 소회를 길게 얘기했고 평소보다 말수도 적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탈당보다는 당적 정리라는 말을 쓰고 싶다"고 몇 차례 강조하는 것으로 복잡한 심정을 대신했다.

노 대통령은 "사실 임기 말에 과거처럼 당에서 밀려나는 대통령이 되고 싶지 않았다"면서 "나쁜 선례를 끊지 못하고 네 번째 당적을 정리하는 대통령이 된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수용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당과의 관계를 회고하면서 "열린우리당이 정책으로서 창당의 정체성을 잘 지켜왔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FTA문제는 충분히 협의하지 못해 미안하다.

당과 논쟁 후 결정했어야 하는데 행정을 하다 보면 결단의 방식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당적을 정리할 때 하더라도 아직은 당원인 만큼 당원들에게 한 번쯤 심경을 편지 형식으로 전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그런 절차를 거친 뒤 당적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세균 의장은 "결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음이 안타깝다"고 했고,한명숙 총리는 "당 출신 총리로서 역할을 충분히 못한 것 같아 자책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심기ㆍ노경목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