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1737∼1805)의 대표작 '열하일기(熱河日記)'를 패러디한 연극 '열하일기만보(熱河日記漫步)'가 내달 10∼25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서 초연된다.

극단 미추(대표 손진책)가 연암의 생애와 '열하일기'를 모티프로 삼아 만든 유쾌한 우화다.

손진책 대표가 직접 연출을 맡아 더욱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은 연암을 말과 나귀,노새,개의 특징을 조금씩 섞어 놓은 네발 짐승 모습으로 등장시켜 고립된 마을 사람들에게 기이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시작된다.

말하는 짐승도 놀랍지만 외부 세상의 기이한 이야기도 흥미로워 연암은 단숨에 마을의 화제로 떠오른다.

그러나 바깥 세상에 대한 소통을 금지하는 마을 원로들은 연암을 첩자로 지목하고 사형을 명한다.

짐승 연암을 아끼는 주인 창대는 그가 단지 병에 걸린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하는데….

이 같은 줄거리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습성,호기심과 기이한 것을 바라는 인간의 욕망,제도의 굴레를 벗고 자유를 지향하는 삶의 본질을 되비춘다.

실제로 짐승 연암의 모습에는 병적인 호기심으로 불면증과 거식증을 앓았던 박지원의 면모가 투영돼 있다.

제작진은 이야기 자체에 힘을 싣기 위해 무대와 의상을 단순화하고 시공간을 가늠할 수 없는 환상적인 무대로 꾸민다.

손진책 대표는 "다층적인 이야기 구조를 통해 각자의 입장에서 오늘의 삶을 성찰하도록 이끌 것"이라며 "고전에 바탕했지만 3000년 뒤에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대본을 쓴 극작가 배삼식씨는 "연암은 자유로운 본성을 지녔지만 실제 삶은 억압의 질곡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그것은 현대의 우리 모습과도 닮았다"고 말했다.

여배우 서이숙이 기이한 짐승으로 환생한 연암으로 등장한다.

정태화 박영숙 황연희 등도 출연한다.

평일 오후 8시,토 오후 3시ㆍ7시30분,일 오후 3시.(02)747∼5161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