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삶은 잿빛이다.

폐쇄 위기에 봉착한 탄광촌은 온통 석탄가루에 뒤덮여 있다.

사람들은 감원조치로 우울하다.

그러나 꿈은 무지개 빛.훌라춤 댄서로 활로를 모색하는 여인들의 옷은 총천연색이다.

가족이 탄광에서 사고를 당해도 그들은 무대 위에서 눈물을 감추고 웃는다.

웃음과 눈물이 적절히 배합된 이야기,꿈(훌라댄스)과 현실(탄광)을 뚜렷이 대비시킨 연출력이 돋보인다.

재일 동포 이상일 감독의 일본 영화 '훌라걸스'는 절망에 싸인 탄광촌에서 희망을 길어 올린 수작이다.

배경은 1965년 일본 탄광촌.이곳을 탈출하고 싶은 두 소녀는 우연히 하와이언 댄서 모집 전단지를 본 뒤 훌라댄서의 길에 들어선다.

그러나 부모와 마을 어른들의 완강한 반대를 이겨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석탄 캐기를 대물림한 광부들에게 일이란 어두운 굴에서 하는 것이지,놀이인 춤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소녀들의 열망과 노력이 부모들의 인식에 대전환을 일으킬 때 감동의 샘은 솟는다.

편견의 벽을 깨뜨리고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영화는 우리 자신에게 되묻고 있다.

진지한 주제는 몸짓으로 엮는 개그 덕분에 더욱 빛난다.

소녀들이 훌라댄스용 배꼽치마를 처음 걸칠 때 쑥스러워하는 장면이 재미있다.

실수한 댄서들과 야유하는 관중 간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야한 댄스복 차림의 딸을 때린 아버지에게 격분한 댄스 교사가 남탕으로 뛰어든다.

볼륨 있는 몸매를 위해 '뽕브라'를 한 아주머니의 대사에도 재치가 넘친다.

"이것은 속임수가 아니라 (팬들을 위한) 서비스야."

이 영화는 올해 일본 아카데미영화상 11개 부문을 휩쓸었다.

오는 3월1일 개봉,전체.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