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설득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한다. 기업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브랜드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광고를 통해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는 까닭에서다. 그렇다면 설득의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설득의 심리학'에서는 15초 안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게 정설로 굳어져 있다. 15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에 노(No)를 예스(Yes)로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광고에서 시작된 '15초의 룰'이 이제는 영화와 드라마,가요 등으로 확산되면서 대중문화의 코드로 떠올랐다. 광고음악이 온라인 음악차트의 상위권에 진입해 있는가 하면 영화 속 삽입곡,뮤직비디오,드라마 예고편에 이르기까지 '15초'는 영상 스타일과 음악의 형태까지도 변경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인터넷과 모바일통신이 날로 발달하면서 시간감각을 팽팽하게 긴장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광고에서 말하는 '15초의 미학'은 전화상담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전화를 걸어 고객과 상담할 때,처음 15초가 상담원의 인상을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광고든 전화상담이든 이 짧은 순간에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감동을 전하는 일이 큰 과제로 남아 있다. 15초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고 있으니 가히 '15초 승부'라 할 만하다.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눈 몇 번 깜박이면 지나가는 시간에 내용을 전하려 하다 보니,콘텐츠 생산자의 창작력과 고객의 상상력이 위축된다는 것이다.

15초의 룰은 속도를 재촉하는 현대사회에서 얼마 동안 지속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즐기는 세대가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면서 점점 더 빠른 속도를 재촉하고 있어서다. 긴장을 풀고 한 박자 천천히 여유를 가지며 살라는 광고 메시지들이 무색할 지경이다.

대중문화의 시간감각이 15초의 데드라인에 머물지 않고 어느 시간까지 당겨질지 관심을 끌면서도,한편으론 문화가 잔해로만 남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