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여덟 마리가 케이크를 똑같이 나누어 먹으려는 데 세 번만 잘라야 한다.

어떻게 해야 8등분이 될까?-가로 세로로 한 번씩 자른 뒤 상하로 한 번 더 자르면 되지.'

'빛의 직진과 반사는 왜 일어날까?-씩씩한 군악대를 떠올려라.열 맞춰 행진하는 군악대처럼 빛은 똑바로 달린다.

그러다 무언가에 부딪치면 튕겨 나온다.

그게 '반사'다.

빛이 반사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단다.'

'행복한 수학 초등학교'와 '행복한 과학 초등학교'의 한 대목이다.

이들 책에는 교과서보다 훨씬 재미있는 일상 얘기들이 등장한다.

'이건 뭘까?''저건 왜 그럴까?' 등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답식 구성으로 아이들을 끌어당긴다.

이처럼 교과 공부의 '지식'에 기초 교양의 '재미'를 덧붙인 '대안 교과서'가 각광받고 있다.

학교 수업에 도움도 되고 낄낄대며 즐기기에도 좋은 신개념 학습단행본.딱딱한 국정 교과서의 한계를 뛰어 넘어 흥미로운 이야기로 감성지수까지 높일 수 있어 더욱 인기다.

대안 교과서의 선두 주자는 도서출판 휴먼어린이의 '행복한 초등학교' 시리즈.지난해 말부터 '행복한 수학 초등학교'(강미선 지음,전5권)와 '행복한 과학 초등학교'(김성화·권수진 지음,전5권),'행복한 영어 초등학교'(지소철 지음,전3권) 등이 연달아 나왔다.

이 시리즈는 하루 평균 300여부씩 팔리고 있다.

한 달이면 권당 1만부에 육박한다.

판타지 소설과 퍼즐 등 이야기를 바탕으로 기초 교양을 쌓을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주효했다.

올 하반기에는 '행복한 한국사 초등학교'(전10권)도 나올 예정이다.

"수학의 경우 현행 교과서가 '계단형'으로 구성돼 있어 단원이 바뀔 때마다 내용이 단절되는 단점이 있는데 풍부한 예화로 흥미를 북돋우면서 '재미있는 생각 습관'을 유도했더니 반응이 좋더군요."(한필훈 휴먼어린이 편집주간)

지난해 출간된 스콜라 출판사의 '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만화 과학 교과서 1·2'는 23만부를 넘어섰고 같은 출판사의 '만화 영어 교과서'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마법천자문'으로 유명한 아울북 출판사의 '개념 교과서' 시리즈와 도서출판 창해의 '미국 초등학생이 배우는 스콜라스틱 세트',김영사의 '앗!' 시리즈 역시 인기다.

중학생 이상을 겨냥한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와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휴머니스트),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맛있는 고전 읽기'(박홍순 지음,유레카엠앤비),'수학의 비결'(이병우 지음,굿모닝미디어) 등도 스테디 반열에 들었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지금의 게임 세대 아이들에게는 학습과 놀이의 경계가 무의미하므로 유익한 지식도 스릴과 서스펜스 등의 오락성이 가미돼야 먹힌다"며 "암기 위주의 단순 공부법보다 오감 위주의 감성 공부법을 중시하는 움직임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