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든 직접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남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일이라도 정작 본인은 힘든 수가 허다하거늘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이고 보면 실로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이럴 때 겉으론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누군가 관심을 드러낸다는 것 자체가 괴로움인 수가 대부분이다.

빛나리 반짝이 등으로 불리는 대머리들의 사정이 특히 그렇다. 중장년층도 심각하지만 젊어서 머리가 벗겨진 사람은 딱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20∼30대 여성이 결혼상대자로 가장 싫은 게 대머리라고 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오죽하면 신혼 첫날밤 가발이 벗겨져 난리났다는 에피소드가 생겼으랴.

훤한 이마 혹은 뻥 뚫린 정수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건 나이든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나이든 게 죄인 양 여겨지는데 대머리로 인해 실제보다 더 늙어 보인다 싶으면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다. 같은 나이라도 풍성한 머리카락 덕에 10년까진 몰라도 4∼5년은 너끈히 젊어 보이는 사람을 대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한다.

그러니 탈모 예방 내지 치료에 관한 얘기는 무궁무진하다. 어떤 샴푸가 낫다,검은콩 검은깨가 좋다,자외선 치료와 두피 마사지도 있다,미녹시딜 제품이 괜찮다,프로스카(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를 4등분해서 먹고 전동빗으로 머리를 두드리면 확실하다,독일제 무슨무슨 여성 호르몬제가 효과 있다 등.

바르고 먹고 두드리고 그래도 안되면 심으라고 한다. 모발이식까진 몰라도 나머지는 본인이 하지 않으면 가족들까지 나서서 해보라고 떠미니 집집마다 쓰다 남은 온갖 제품이 뒹군다. 결과 또한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프로스카의 경우 성욕 감퇴 등을 겪는다는 보고도 있다.

미국 렉싱턴 인터내셔널사가 빗기만 하면 머리카락이 솟는 '레이저 빗'을 내놨다는 소식이다. 20∼60대 탈모 인구만 340만명이라는 마당이다. 대머리는 피부병 아닌 '마음의 병'이라고 한다. 레이저 빗의 효력은 두고봐야 하겠지만 그보다 평소 머리가 덜 빠지도록 고루 잘 먹고 마음을 편히 먹을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