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벗는 판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연초 정기인사 시즌이면 으레 볼 수 있는 풍경이긴 하다.

그런데 종래와는 색다른 점도 눈에 띈다.

이들의 면면이 승진에서 탈락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밀려난 판사들이 아니라 '잘 나가던' 판사들이라는 점이다.

최근 Y법무법인에 집단 스카우트된 판사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고법 부장판사와 대법원 재판연구관 3명은 동기들 중 1~2위를 다투던 수재 중의 수재들이었다.

이들의 영입으로 Y법무법인은 '횡재'했지만 법원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이다.

법원을 등진 배경에는 개인적인 사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동료 판사들의 비리연루 사건이 잇따르고 '유신판사' 명단이 공개되는 등 사법부의 흉흉한 분위기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말수도 줄었다.

그를 만나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힘이 많이 빠졌다고들 한다.

취임 초기 사법개혁을 외치던 기세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사'에 묻혀 있는 사법부 수장의 모습을 국민들이 원치는 않을 것이다.

그에게 거는 기대도 적지 않다.

새해에는 새로운 태양이 뜨는 법이다. 떨치고 일어나 환골탈태하는 사법부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