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하남산업단지공단의 자동차부품 생산 업체인 A사는 요즘 지독한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모기업의 판매 부진으로 대금 회수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

설날 고향으로 떠나야 하는 직원들에게 성과급은 고사하고 월급도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

"저희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요.

일주일 늦긴 했지만 오늘(16일)이라도 월급을 지급했으니까요."

이 회사의 B사장은 하남산단 입주 업체들 상당수가 자금난으로 임금을 체불하고 있다며 그래도 사채라도 끌어대 월급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제조업체들의 경영이 엉망이다 보니 상가가 멀쩡할 리 없다.

대구 최고의 상권이라는 동성로.이곳은 요즘 대구백화점에서 중앙파출소 일대를 한 발짝만 넘어서도 찬바람이 돈다.

대구의 명동이라는 야시골목의 상인들은 "불경기 탓에 도심에 나오는 젊은 층이 30~40% 줄었다"며 "주변에 건설 중인 대형 복합쇼핑몰들이 문을 열면 아무래도 장사를 접어야 할 것 같다"고 답답해 했다.

지방 경기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최근의 지방경제 동향'에 따르면 지방 제조업 업황BSI(기업실사지수)는 지난해 12월 82에서 올해 1월 77로 급격히 낮아졌다.

업황BSI가 100 미만이면 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이 좋게 보는 기업보다 더 많음을 뜻한다.

이병희 한국은행 조사국 지역경제반 과장은 "지역 기업인들과의 면담 결과 올 들어서도 제조업체들의 생산활동이 크게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소비도 부진하다.

지난해 12월 지방 백화점의 매출은 0.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월 들어서도 따뜻한 겨울과 설 연휴가 2월로 넘어간 탓에 지방 유통업체들의 부진은 이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박성완·대구=신경원·광주=최성국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