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경제부총리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와인 도사'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로 근무하던 시절의 치열했던 와인 공부 덕분이다.

2004년 8월에 부임했는데,그 해에만 만찬이 197차례나 열릴 정도로 와인 마실 일이 다반사였다.

그는 "와인에 대한 지식과 이해 없이는 대화에 끼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며 "관저에서 나오는 와인을 시음하고,휴일이면 보르도와 부르고뉴 등 와인 생산 지역을 빠지지 않고 방문해 문화를 익혔다"고 회상했다.

그가 즐겨 마시는 와인은 보르도 마고 마을의 2등급 와인인 '샤토 라스콩브(Chateau Lascombes)'와 생 줄리앙의 4등급 와인 '샤토 탈보(Ch.Talbot)'.

전윤철 감사원장은 경제부총리 시절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를 성사시킨 '추억' 덕분에 요즘도 칠레 와인을 즐겨 마신다.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은 지난 15일 기자들에게 와인을 다룬 6권짜리 만화책'신의 물방울'을 세트로 나눠 주며 '와인 공부'를 당부했을 정도의 마니아다.

'폭탄주를 덜 마시기 위해' 와인에 입문했다는 그는 공직 퇴임 후 소믈리에(와인 전문 웨이터)가 되는 게 꿈이다.

재계와 금융계에는 와인 애호가들이 수두룩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달 25일 전경련 회장단 만찬장에서 준비된 리스트에도 없던 '샤토 라투르(Ch.Latour) 1982'를 내놔 좌중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는 보르도 현지 와이너리(양조장)를 직접 방문할 정도로 와인에 조예가 깊다.

그룹 계열 안양 베네스트 골프장에 이 회장의 '와인 컬렉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곤지암 골프장에 와인 저장고를 둘 정도로 와인을 좋아한다.

캘리포니아 와인 '오푸스 원(Opus One)'을 선호한다.

30만원을 조금 웃도는 제품이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개인적인 선호 덕분에 최근 와인 사업에 손을 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회장이 즐기는 와인은 이탈리아 와인의 고급화를 선도한 '사시카이야(Sassicaia)'이다.

수석무역이라는 와인 수입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강신호 전경련 회장(동아제약 회장)도 내로라하는 '와인 고수'다.

칠레의 발디비에소사가 포도 품질이 좋은 해에만 생산하는 '카발로 로코'를 애호한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재계에서 와인 마니아로 소문 나 있다.

얼마 전 국내 수입업체를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생산되는 캔달잭슨사의 '카디널(Cardinal) 1998'을 두 박스나 주문해 왕성한 '와인 식욕'을 자랑했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본 로마네 르 로이 제네브리에르(Vosne Romanee le roy Les Genaivrieres) 2000'을 즐겨 마신다고.

금융계 CEO 중에선 김종열 하나은행장이 와인을 즐긴다.

프랑스 생 줄리앙의 '샤토 브라네르 뒤크뤼(Ch. Branaire Ducru)'를 좋아하며 종종 지인들에 선물한다고.금융계 임원들 사이에서는 유대계 로췰드 가문이 만든 샤토 무통 로췰드를 마시면 CEO가 된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애호가들이 많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