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인 이탈리아 북부 만토바에서 사랑의 애절함이 지금도 생생하게 와 닿는 석기시대 남녀의 유골이 발견되었다.

만토바는 베로나의 명문가 아들 로미오가 사랑을 방해하는 줄리엣의 사촌 티볼트를 결투 끝에 죽인 뒤 도피한 곳이다. 이곳에서 오매불망 줄리엣을 그리던 로미오는 죽은 뒤 줄리엣의 키스로 되살아나는 꿈까지 꾼다.

5000년이 넘었다고는 하지만 이 유골들은 서로 얼굴이 닿을 듯 마주 보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팔은 상대방을 꼭 껴안은 채 팔다리가 얽혀 있다. 청춘 남녀의 간절한,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일까? 억울한 생매장의 흔적일까? 삶의 끝자락에서도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며 미소 짓고 있었을 것 같은 매장 당시 사연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음은 분명한 것 같은데 도대체 왜 죽었을까? '발다로의 연인'이라 명명된 이 유골의 독특한 포옹 자세를 학자들은 오히려 비극적으로 보고 있는데,남성의 척추에서는 화살이 발견되었고 여성의 옆에서는 화살촉이 나왔다. 남성이 사망하자 영혼의 동반자 역할을 할 여성을 희생시켰을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로맨스 등 다양한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이 유골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스토리와 오버랩되면서 죽음도 갈라놓지 못하는 사랑의 마법을 잊어버린 지 오래인 현대인에게 새삼 사랑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

더욱이 나른하고 밍밍한 나날을 그저 그렇게 보내고 있는 중년들에게는 어떻게 와 닿을까.

밸런타인 데이는 초콜릿 장사가 떼돈을 버는 날일 뿐,이솝 우화의 '여우와 신포도'처럼 "그까짓 초콜릿 먹어 봐야 이빨만 썩지…" 하며 애써 신경 안 쓰는 척하지만 마음은 공허하기 이를 데 없다.

그날 저녁 여자로부터 아무 것도 건네 받지 못한 남자는 가슴 한 구석이 서늘하다. 친밀감을 못 느끼는 빈 껍데기 여자에게 '올해도 작년처럼 그러려니' 머리로는 이해를 하지만 가슴에는 흔적이 쌓여 간다.

중년들도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날들이 있었다. 만나면 헤어지기 싫고,애틋하고 다정해서 닭살이라는 놀림을 받아도 싫지 않았고 즐겼던 적이 있었다. 이 세상은 온통 아름다웠고 사랑이 넘쳤으며 우주는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착각할 정도로 살아 봄직한 세상이었다.

이랬던 그들이 언제부턴가 '아무 일도 없이' 그냥 지낸다. 한 방에 있어도 혼자 있는 것같이 지낸 지 몇 년째인지…. 밤에 살을 대 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희미하다. 짜증 낸 기억만 선명하다.

"툭하면 피곤하다고 짜증이나 내고. 나도 밝히는 여자는 아닌데 같이 사는 우리 남자는 너무해. 그러니 초콜릿을 주고 싶겠어?"

"그 남잔 잠자리는 밝히는데 제대로 못해. 난 제대로 느끼고 싶은데 못 채워 주니 정도 생기지 않아…. 이탈리아 유골이 부러울 따름이야."

언제까지 푸념만 하고 살 생각인가요?

유골은 유골일 뿐. 개똥밭에 뒹굴어도 이승이 낫고,해골보단 근육을 쓸 때가 백 번 좋아요. 이제 움직일 때,행동할 때입니다. 행동하지 않는 커플은 해골이나 다름없어요. 행동하지 않는 커플은 사랑하지 않는 겁니다. 마음으로 사랑한다고요? 당신은 착각하고 있거나 위선자요. 행동이 없는 것은 마음이,사랑이 없는 겁니다.

어차피 앞으로 40~5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산 사람들이 해골처럼 몇 년이나 버틸 수 있을 거 같아요?

같이 살려면 달라져야 합니다. 사랑도 튜닝할 수 있어요. 자동차처럼 성능을 향상시키고 디자인을 바꿔 봅시다. 우선 벗어요. 당장 오늘밤부터 잠옷은 벗어 던지고 맨살표 잠옷을 들이대 보세요.

그거는 여전히 잘 못해도 친밀감이라도 느껴 보세요. 다리를 얹어 보고 팔과 팔을 포개 껴안아 보세요. 마티즈도 튜닝만 잘하면 뉴비틀이 될 수 있어요.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 대표 www.성박사.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