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6일 "우리는 (6자회담에서 북한이) 달라는 대로 주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도 남는 장사다"며 "저는 다행히 이 말은 못했는데,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제발 (회담을) 깨지만 말아달라고 했는데 잘해줘서 그 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를 공식방문 중인 노 대통령은 이날(현지시간 15일 오후) 로마 시내 숙소 호텔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6자회담과 관련,"지난번 북한이 마지막에 중유를 내라고 요구했을 때 한국이 몽땅 뒤집어 쓴다는 우려가 많았고 그럴 것이라고 예단하는 비판적 기사들을 썼는데 다행히 균등분할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에) '자꾸만 퍼준다는 비난을 많이 듣는데 미국이 전후(戰後)에 취한 정책과 투자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이 마셜플랜"이라고 소개하고 "전쟁 뒤 미국은 막대한 원조로 유럽 경제를 살렸기 때문에 그 이득을 가장 많이 본 나라가 됐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우리도 남북관계가 풀리고 있고 북핵 때문에 중단됐지만 개성공단을 하고 있다.

마셜플랜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동북아 시장이 효율적인 하나의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으며 그래서 그것을 투자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북핵문제 향방과 관련해서는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쪽"이라며 "북핵문제가 해결돼 어느 단계에 이르면 남북 간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일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북한이 베이징 6자회담에서 합의한 핵시설 폐쇄·봉인,불능화 이행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향후 대북 협상력만 약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 반면 장기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해석이 맞선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과거의 마셜플랜은 한 지역 전체의 발전을 위한 것이었고 핵이라는 문제가 없었다"면서 "하지만 노 대통령이 말하는 대북 지원은 한 국가만의 발전을 위한 것이고 핵이라는 문제가 결부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와중에 노 대통령이 마셜플랜을 섣불리 말하면 북한은 '핵 폐기를 늦춰야 저런 대규모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마셜플랜을 통해 유럽에 대규모 지원을 했으나 유럽경제가 재건되고 이후 미국이 오히려 득이 되는 효과를 본 게 사실"이라며 "남북관계가 잘 풀리면 아시아지역도 얻을 이득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김근식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북한의 단계별 핵 폐기 이행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면 무리가 없는 논리"라며 "한반도 평화비용,북한 변화비용조로 북을 지원해 선의의 행동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카드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홍열·로마=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