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의 금융과 정치,그리고 탐욕과 야망의 세계를 그려낸 초상화로서,대하소설과 같은 역동성과 긴장감을 갖추고 있다.

한마디로 걸작이다.'

서평에 관한 한 전세계 언론 가운데 가장 인색하기로 소문난 뉴욕타임스가 '금융제국 J.P. 모건'(론 처노 지음,강남규 옮김,플래닛)에 대해 내린 결론이다.

그만큼 정부를 대신해 국가의 외교를 담당하고 중앙은행처럼 금융계에 군림하면서 전 산업계를 장악했던 모건 가문의 전모를 생생하게 드러낸 명저다.

저자는 '워버그 가문''타이탄:존 D.록펠러의 삶''알렉산더 해밀턴' 등으로 유명한 미국의 대표적 시사평론가이자 최고의 비즈니스 전기작가.

그는 이 책에서 19세기 중반 런던의 이름 없는 금융회사로 출발해 역사상 전무후무한 금융제국을 건설한 모건 가문 4대의 삶과 현대 금융의 진화 과정을 씨·날줄처럼 엮어 한 편의 대하드라마를 완성했다.

분량도 1200페이지가 넘는 대작.

두 권으로 이뤄진 이 책의 1부는 1938년 런던에서 창업하는 순간부터 존 피어폰트 모건 1세가 죽음을 맞이하는 1913년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J.P. 모건이 실질적으로 미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맡으면서 미국 산업 발전의 근간이 된 철도회사들을 하나의 트러스트로 묶어 장악한 시기다.

이른바 귀족 자본가 시대.

2부에서는 J.P. 모건이 세계사에서 전무후무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1913년부터 1948년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이 시기에 J.P. 모건은 미 행정부의 금융 대사 역할을 맡으면서 전 세계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펼쳤다.

책에서는 이를 '국제정치 시대'로 규정했다.

3부에서는 1935년 J.P. 모건에서 독립한 후 투자은행 업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한 모건 스탠리를 중심으로 현대 금융시장의 치열한 전장을 그리고 있다.

'카지노 자본주의'라는 용어가 이때 J.P. 모건의 금융행위에서 태어났다.

이 책은 두 차례에 걸친 세계 대전과 대공황,중동 전쟁,남미 외채 위기 등 세계사의 격동 속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음모와 비극,스캔들 등 국제 금융 시스템의 실체를 보여주면서 독자들에게 금융 현상을 더 넓고 깊게 바라보는 안목을 제공한다.

지난 150년 동안 굵직굵직한 사건들의 배후와 돈·권력의 흐름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현재 J.P. 모건의 위상에 대해서는 '월스트리트의 다른 투자은행들은 모건 스탠리의 고객을 낚아채려고 하지 않았다.

이런 도발 행위는 월스트리트에서 최악의 전술로,그리고 부질없는 짓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썼다.

조만간 추진될 자본시장 통합법을 앞두고 '한국판 J.P. 모건' 만들기에 부심하고 있는 국내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에도 유익한 참고서다.

1권 820쪽,3만2000원.2권 456쪽,2만원.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