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300원짜리 화장품을 내놓으며 '블루오션'을 개척했던 국내 저가 화장품의 원조 '미샤'의 에이블씨엔씨가 매각될 것으로 알려졌다.

더페이스샵,스킨푸드 등 후발 5~6개 업체가 이 시장에 속속 진출하면서 전형적인 레드오션으로 변한 데 따른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한 결과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는 대주주 서영필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 135만9000주(지분율 33.56%)를 블록 세일 형식으로 넘기기로 하고 국내 화장품 3~4곳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인수전에 뛰어든 회사는 보령메디앙스,한국화장품,LG생활건강 등으로 확인됐다.

에이블씨엔씨 측은 매각 가격으로 현재의 지분평가액(220억원가량)에 프리미엄을 더한 300억원 선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회사와 인수조건에 대한 의견 접근이 이뤄지고 있어 이르면 3월 중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블씨엔씨는 그동안 끊임없는 M&A(인수·합병)설에 시달려왔다.

2005년 말부터 저가 화장품 브랜드 '미샤'의 성장세가 예전만 못해진 데다 일본 마리퀀트사와의 상표 분쟁에서 패소하는 등 잇단 악재가 겹치면서다.

극도의 매출 부진에 시달린 끝에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3분기까지의 매출이 전년보다 200억원가량 줄어든 700억원 수준에 머물렀고,50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입는 수렁에 빠져 있다.

하지만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10월 30일 공식적으로 'M&A설'을 부인하는 공시를 냈다.

2월 들어 이 회사가 다시 매각 협상을 개시한 것은 공시에 반하는 행위를 90일간 제한하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한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M&A에 반대하며 경영정상화를 자신했던 전문경영인 양순호 대표가 12일 회사 매각을 원하는 주주들의 압력을 받아 물러나고 대주주인 서영필 회장이 1년여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것도 서 회장이 직접 협상에 나서기 위한 포석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과거 여러 회사가 매수 의사를 타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저가 화장품 시장은 연간 4000억원대 규모로 2006년 들어 더페이스샵이 시장점유율 35%를 차지하며 1위로 올라섰고,미샤는 28%로 밀려났다.

2003년 론칭한 '미샤'는 불필요한 포장과 광고 마케팅을 없애고 대신 상품 가격을 기존 화장품의 절반 이하로 낮춰 돌풍을 일으켰다.

1년 만에 매장을 250여개로 늘릴 만큼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고,2004년에는 매출이 무려 9배나 늘어나기도 했다.

화장품업계의 판도도 바꿔 미샤는 한국화장품,코리아나화장품 등 중견 화장품 회사들을 끌어내리고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에 이어 업계 3위로까지 도약했었다.

하지만 6개월 간격으로 더페이스샵,스킨푸드 등이 줄줄이 등장하며 전국에 1000여개의 저가 화장품숍이 생겨나면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자연주의 화장품''피부가 먹는 화장품' 등 차별화된 컨셉트가 있었던 더페이스샵,스킨푸드에 비해 미샤는 값이 싸다는 점 이외엔 다른 매력이 없어 급속한 쇠퇴의 길에 접어들게 됐다.

임도원·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