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주자들 간에 '후보검증'을 둘러싼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법률특보인 정인봉 변호사가 지난 9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도덕성과 관련된 '폭로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밝히면서 촉발된 이번 싸움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0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를 비난한 데 이어 정 특보가 12일 재반박 기자회견을 하면서 연일 가열되는 양상이다.

정 특보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전 시장의 검증론 비판글과 관련,"흠집을 낸다는 말 자체가 틀렸다.

흠집을 낸다는 것은 멀쩡한 물건을 긁어서 흠집을 만드는 것인데 내가 하려는 검증은 그저 눈가림으로 자신의 흠을 감추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흠집을 내는 것이 아니라 실상을 밝힌다고 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정 특보는 "내가 기자회견을 하려던 내용이 만일 거짓이거나 근거가 없는 것이라면 정치의 한 구석에 몸담고 있는 내가 스스로 자살하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며 "나는 확실한 근거가 있다.

누가 보아도 확신할 수 있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당 지도부와 박 전 대표의 만류가 있어 (폭로)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면서 "당내 경선준비기구인 국민승리위원회가 검증에 나서는 내달 10일쯤 증거를 제출하고,여기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내달 말께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측 주호영 비서실장은 "욕하면서 배운다고 하더니 전형적인 '김대업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뭔가 있는 것처럼 검증하네 마네 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더 큰 문제"라면서 "문제가 있다면 예정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그에 대한 모든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라"고 반박했다.

그는 "정 변호사가 박 전 대표의 법률특보인 만큼 그의 주장이 근거없는 흑색선전이나 네거티브로 밝혀질 경우 박 전 대표도 공동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박 전 대표 책임론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후보는 가만히 있는데 후보보다는 후보 측 인사들이라는 사람들이 나서서 걸러지지 않은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경선의 3대 원칙인 공정·정책·상생경선을 해칠 경우 해당 행위로 간주하고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