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명성황후'가 푸치니와 베르디의 오페라처럼 100년 후에도 공연되는 명작으로 남길 바랍니다.

해가 갈수록 관객들이 늘고 있으니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죠."

창작뮤지컬 사상 처음으로 1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윤호진 에이콤 대표(59).그가 만든 '명성황후'가 오는 17일부터 3월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재공연된다.

1995년 말 초연 이래 지난해 말까지 유료관객 98만3000여명을 동원해 이달 말께 대기록 달성이 확실시된다.

"오락성 위주인 브로드웨이산에 비해 감동이 큽니다. 구한 말 우리 역사가 들려주는 교훈성도 뛰어나고요.

게다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매년 업그레이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초연과 비교하면 60%나 바뀌었습니다."

'명성황후'는 지난해 말 공연에서 총 4만석 중 3만여석이 예매돼 이 공연 사상 최고 예매율을 기록했다.

유료 점유율도 80%를 웃돌아 확실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구전효과에 힘입어 중장년층뿐 아니라 20∼30대 관객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공연에서는 전부 성공했습니다. 초연에서도 총 제작비 12억원을 전부 회수해 일찌감치 '될성부른 나무'임이 감지됐지요. 다만 미국과 영국 등 해외 공연에서는 기간이 짧은 탓에 적자를 낼 수밖에 없었어요.
지난 11년간 '명성황후'의 총 비용은 450억원,총 수입은 500억원 안팎으로 추정합니다."

이 작품은 1997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15일간 전석 매진으로 공연됐지만 1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2002년 런던에서도 영어버전을 한 달간 올렸지만 이 역시 적자였다.

그렇지만 2004년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해외 공연 사상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윤 대표는 이 작품으로 국내 공연업계에서는 드물게 재정 자립을 이뤘다.

그동안 공연 수입금으로 뮤지컬 '겨울나그네'와 '몽유도원도' '페임' 등을 제작했다.

러시아에서는 한국계 가수 '빅토르 최' 뮤지컬을 공동 제작했고,토론토에서는 뮤지컬 '반지의 제왕'에 투자했다.

"'명성황후'를 앞으로 매년 100회 이상 공연할 계획입니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자신합니다. '명성황후 암살'이란 소재상의 제약으로 공연이 지연되고 있지만 이것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는 국내에서 장기 공연을 위해 전용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땅값을 제외하고 300억원 정도의 자금을 투입할 기업을 찾고 있는 것.윤 대표는 "LG그룹이 LG아트센터를 건립한 뒤 이미지가 크게 개선됐다"며 "'명성황후' 전용관 건립은 문화기업 브랜드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