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작성한 6자 회담의 공동문건 초안은 참가국들의 입장을 종합한 것이지만 만만치 않은 자구 수정과 문안 첨삭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상응조치의 핵심인 에너지 지원 부분을 "핵시설 폐쇄와 동시에 착수한다"고만 적어 종류와 양,인도 시기 등 구체적인 계획을 모두 협상 대상으로 남겨놨다.

북한과 미국은 9일 첫 양자접촉을 갖고 쟁점에 대한 조율에 나섰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회동 후 "의견 일치를 본 것도 있고 일련의 대치점은 좀더 노력해서 타개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美,"제네바합의 되풀이 않겠다"

회담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날 "미국의 관심은 이번 합의문을 1994년 제네바합의와 차별화시키는 데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집권 공화당은 핵개발을 중단한다는 북한의 약속을 믿고 연 50만t의 중유를 7년간 지원했던 민주당의 당시 작품을 전형적인 외교 실패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해왔다.

중국이 작성한 합의문은 이 같은 입장을 고려,과거 용어였던 동결(freeze)대신 항구적인 의미의 폐쇄(shut down)라는 단어를 채택했다.

북한도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태도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최대치의 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소식통을 종합하면 북한이 원하는 것은 제네바 합의 때 확보했던 연간 50만t의 중유 또는 그 이상이다.

◆송전.풍력 등 대안 모색

회담 소식통은 "미국은 북한 주민들이 직접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에너지를 주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선군(先軍)정치를 내세운 북한이 연료와 식량을 군대에 우선 배분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유는 군사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미국 측 주장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대북 중유 제공을 피할 수 없다면 한·중·일·러에 맡기고,미국은 북한 내 각 지역에 풍력발전소를 지어주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국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중유 제공이 꺼려지고,점차 다른 에너지원을 찾아야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회담 참가국들의 입장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장기적으로 북한 접경인 블라디보스토크에 올해 완공되는 브레야 수력발전소에서 직접 송전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도 200만㎾ 대북 직접 송전 계획을 갖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당장 쓸 수 있는 연료를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회담 고위 관계자는 "나라마다 중유 제공을 거부할 명분을 다 갖고 있다.

그러나 중유 제공이 불가피하다면 5개국이 n분의 1로 부담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