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04개 점포에서 각 지역 기업들의 선물세트 단체 구매 신청을 받는 이마트가 점포별 기업 특판 실적을 분석해본 결과 지난해 업종 간 경기 차이가 기업들의 설 선물 구매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환율 폭탄'과 노조 파업 등으로 이중고를 겪은 자동차 업종은 명절 경기가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 이마트 울산점에 몰리던 현대차 협력사들의 2만~3만원대 설 선물 단체 주문이 올 들어 뚝 끊겼다.

반면 같은 울산이라도 경기가 괜찮았던 정유와 석유화학 쪽은 반사 효과를 누리고 있다.

구매 상담이 많아졌고 삼성정밀화학,효성화학 등이 새로 이마트와 거래를 텄다.

석유화학업체들은 대형 마트 제품 치고는 고가에 속하는 3만~4만원대 선물 세트를 몇 천개씩 주문해놓은 상태다.

자동차 부품 관련 회사의 수요가 빠져나간 자리를 화학 회사들이 메워 이마트 울산점의 특판 매출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금속 기계 등 자동차 연관 부품 소재와 섬유 산업 비중이 높은 대구 지역은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현대자동차 파업으로 인한 자동차 공장 조업 차질로 손실을 입은 회사가 많은 데다 따뜻한 날씨로 인해 옷이 잘 팔리지 않아 섬유 업종 마저 경기가 최악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성서 공단 인근의 이마트 대구성서점에 들어 온 설 선물 단체 구매 상담은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9일까지 집계 결과 지난해보다 법인 대상 특판 매출이 17% 뒷걸음질쳤다.

전자 부품 업체들이 몰려 있는 시화·반월 공단 인근의 안산 고잔점은 특판 매출이 120% 늘어 전국에서 가장 신장률이 높은 곳으로 집계됐다.

최근 윈도 비스타 출시로 전 세계적으로 새 컴퓨터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전자 업종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해당 점포 관계자의 설명.

이성재 법인 특판 담당자 인사파트장은 "웬만한 중소기업은 빠짐없이 직원에게 줄 선물을 사는 분위기"라며 "잔업 때문에 고향에 가지 못하는 이가 많아,중소기업에선 좀처럼 구입하지 않던 4만~5만원 대 한과 세트를 직원들의 본가로 직접 배송해 달라는 회사도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