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8일 6자회담에서 영변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하고 모니터링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우리나라와 미·중·일·러 등 5개국은 에너지 지원 등 상응 조치를 본격 논의 중이다.

6개국은 이날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5차 3단계 회의를 시작하고 북핵 폐기의 시작을 위한 '초기 조치'를 집중 논의했다.

북측 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기조연설에서 "초기 조치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단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미는 지난달 베를린 회동에서 수개월 내에 북한이 핵시설을 동결하고 모니터링을 수용하면 미국 및 주변국들이 에너지 등 경제 지원을 시작한다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회의를 마친 뒤 "좋은 첫날이었다"며"우리는 일정한 기간 내에 취할 행동들이 들어가는 모종의 공동성명을 발표 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회담 고위 관계자는 "다각적인 사전 협의에서 공감대가 확인된 상태라 일찍 합의문 작성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의장국인 중국은 이날 합의문 초안을 작성,회담 참가국들에 회람시켰다.

6개국 모두 첫날 회의에서 협상 의지와 희망을 피력했으나 정부 당국자는 "누구도 협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쓰지 않으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은 이날 고질적 협상 카드인 경수로 건설 요구도 자제했으나 이는 "발톱이 없어서가 아니라 감춘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대북 에너지 지원에 대해서도 불가피하다는 컨센서스가 있을 뿐 종류와 양,비용 부담 기준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북한이 핵시설 동결에 합의,플루토늄 추가 생산이 일시 중단되더라도 이번 회담이 용두사미되지 않으려면 시설의 궁극적인 해체와 핵무기 폐기가 뒤따른다는 게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동결 이상의 조치를 이번 합의문에 명기하는 것은 북·미 간 사전 협의를 벗어나는 부분이라 쉽지 않을 전망이다.

회담에 정통한 소식통은 "참가국들이 이번에는 일단 초기 조치 합의에 집중할 것"이라며 "북핵 폐기는 이제 시작인 만큼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