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5895m의 거대한 킬리만자로가 햇빛을 찬란하게 반사하며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산정에는 만년설이 뒤덮여 신비로움을 더한다.

검은 대륙의 흰 설산.그 이름만으로도 특별한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가 한국인 등반 애호가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표범은 무엇을 찾기 위해 높은 정상까지 올라와 죽었는지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던 헤밍웨이의 고뇌는 무엇이었을까.

자연과 인간이 하나임을 깨닫게 하는 그런 외침은 아니었을지…. 내추럴 휴먼 드라마가 바로 킬리만자로에 있다.

킬리만자로 정상에 오르는 길은 마란구,마차메,음웨카,롱가이 등 여러 루트가 있다.

그 중 가장 짧으면서도 아름다운 코스가 바로 롱가이 루트다.

킬리만자로에 가장 근접한 마을 모시에서 3시간,먼지길을 차량으로 달려 롱가이 산골마을에 도착한다.

북쪽으로는 사파리로 유명한 암보셀리 평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마을에는 포터로 나설 건장한 젊은이들이 대기하고 있다.

현지인들의 마을과 밭,열대수림 지대를 통과해 목적지인 첫 번째 캠프 시킴바(2600m)에 도착한다.

빙하가 녹아내려 흐르는 계곡 안쪽 캠프에선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적도의 은하수가 쏟아질 듯 환상적인 자태로 방문객들을 맞는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트레커들을 매료시키는 캠프 첫날밤의 황홀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이튿날.키켈렐와 캠프(3600m)까지는 고산지대의 희귀식물과 키 작은 나무들이 생경하게 다가온다.

정상인 키보봉이 눈앞에 들어오지만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멀다는 걸 깨닫는 것은 순간이다.

워낙 청정지역이고 거대한 산군이라 코앞 봉우리 하나도 반나절 이상을 걸어야만 다다를 수 있다.

고소 적응을 위해 왼쪽으로 크게 돌아 마웬지봉 쪽으로 향한다.

3600m 지점.이때부터 고소에 약한 이들은 가벼운 고통을 호소하는가 하면 얼굴이 조금씩 붓는 사람도 생겨난다.

저녁.한국에서 가져온 쌀과 반찬,찌개거리로 현지인들과 식탁을 차린다.

킬리만자로에서 맛보는 모국 음식은 색다른 추억이기에 앞서 가슴 울컥한 감동이 아닐 수 없다.

다음 날 아침.고소 적응 캠프인 마웬지탄에서 잠을 깨면 정상인 키보봉과 마주서 있는 기괴한 암벽봉 마웬지가 인사를 한다.

전날 내린 우박으로 인해 아프리카 적도의 눈을 밟으며 산행하는 기쁨도 맛보지만 현지 포터들은 이로 인해 계속 미끄러진다.

4200m까지 고도가 오르면서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안타깝게도 고산증에는 딱히 약이 없다.

참는 수밖에.평상시 운동과 적응훈련이 가장 좋은 예방책이다.

네 번째 캠프인 키보산장까지는 완만한 경사의 횡단산행.키보산장은 만년설이 뒤덮인 키보봉을 오르기 위해서는 꼭 들러야 하는 곳.고도 4700m에 위치한 이 산장은 전 세계 트레커들이 모이는 곳이다.

아마 이보다 높은 산장이 세계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새벽 정상 등정을 위해 일찍 잠을 청한다.

찰나의 시간이랄 2시간이 야속하게 지나고 정상을 향한다.

산장에서 키보봉까지는 급경사의 모래,자갈길로 7~8시간은 가야 한다.

5000m가 넘는 지대라 새벽녘엔 몸이 시릴 정도로 춥다.

고산증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바로 이 코스다.

일행 중 60세의 할머니는 초반부터 힘들어 한다.

아무래도 정상 정복은 무리겠지 싶다.

그러나 할머니는 9시간의 노력 끝에 키보봉(우후르피크,5895m) 정상을 밟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웃는다.

킬리만자로가 주는 자연과 인간의 감동 휴먼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travel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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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여행사, 11일 일정 킬리만자로 상품 1인당 370만원

트레킹 전문 푸른여행사(1600-8848)는 카타르항공을 이용한 11일 일정의 킬리만자로 상품을 선보였다.

카타르 도하를 경유,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로 들어간다.

1인당 370만원.호텔과 산장에서 번갈아 가며 숙박하고 식사는 호텔식과 현지식,도시락,취사 등 그때그때 상황에 맞춘다.

이 상품에는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불리는 탄자니아의 응고롱고로 분화구 사파리가 포함돼 있어 야생동물로 가득한 아프리카의 또 다른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응고롱고로 분화구의 서식동물은 약 2만5000마리.야생동물의 보고로 불린다.

크레이터 주변의 평원에는 마사이족이 가축을 방목하면서 살고 있다.

올두바이 계곡에서는 360∼300만년 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뼈가 발견됐다.

유네스코는 1979년 이 지역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