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 기행] (25) 살레시오회 대림동수도원‥ 상처받은 떡잎도 사랑으로 감싸면 꽃 피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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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관인 사비오관에 들어서자 수십 명의 아이가 작업 삼매경에 빠져 있다.
1층 왼쪽 방에선 목공예를 하느라 나무를 자르고 깎고 다듬는 작업이 한창이고, 그 오른편 도예실에 들어서자 도자기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탁자에서 그릇이나 원통을 만드는 아이도 있고, 능숙하게 물레를 돌리며 목이 긴 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원장 신부가 "손에 물을 너무 많이 묻히면 병 모양이 일그러진다"고 일러줘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 있다는 듯 물레를 돌리더니 예쁜 그릇도 하나 만든다.
서울 대림1동 살레시오 근로청소년회관의 낮 풍경이다.
남자수도회인 살레시오회가 운영하는 이 회관은 대림동수도원(공동체)과 한울타리 안에 있다.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대림1동 새마을금고 앞에서 내려 50m쯤 가다 보면 오른편 담장 위에 커다랗게 세워놓은 '살레시오회'라는 간판이 눈길을 끈다.
활짝 열린 대문을 지나 경사진 길을 잠시 오르자 잘 생긴 나무 밑에 토속적 분위기의 부처님처럼 생긴 성모자상이 반겨준다.
대림동공동체의 땅은 인근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넓직하다.
아이들의 기숙사와 수도원 건물이 인접해 있고 농구코트와 족구장,축구장도 있다.
전화를 받고 나온 조성태 원장 신부는 "먼저 교육관부터 둘러보자"며 농구코트를 건너 사비오관으로 향한다.
이곳에 있는 청소년은 모두 '도움과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다.
부모의 이혼이나 알코올 중독,양부모나 조부모 슬하,가정폭력 등의 사정으로 인해 의지할 곳이 없거나 비행을 저질러 법원에서 보호관찰을 위탁한 청소년들이다.
하지만 작업 중인 아이들의 표정에선 그늘을 찾아보기 어렵다.
여느 아이처럼 천진스럽고 개구쟁이다.
제일 처음 이곳에 오면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목공예나 도예 등의 실습과 인성교육 등을 통해 점차 안정을 되찾는다고 한다.
수도원의 성소자 담당인 안성옥 신부는 "나무와 흙이 인성교육에 많은 도움을 준다"면서 "땀 흘리고 수고한 결과가 곧바로 나타나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도예실의 김규원 지도교사는 "한두 달이면 적응해서 자기표현을 하지 않던 아이도 속내를 보인다"고 했다.
"밖에서는 거친 욕설에 익숙했던 아이들도 이곳에 오면 순해져요.
선생님과 수도자들이 관심을 갖고 상담하고 공부하도록 신경을 쓰는 데다 먼저 와 있는 아이들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때문이지요.
치료공동체(TC) 프로그램과 '꿈도사'(꿈을 도와주는 사람) 프로그램 등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꿈도사'의 경우 아이들마다 자신의 꿈과 목표를 정해 계획을 세우고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도록 도와주는 것인데,리더십 전문 강사들이 2년간 무료봉사하며 노하우를 전해주셨지요."
안 신부의 설명이다.
현재 이곳에 있는 청소년은 78명.만 12~19세 아이들이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고 공부한다.
도예와 목공 실습을 하는 아이들이 55~60명,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공부반 아이들도 20여명이나 된다.
수도자와 선생님도 이들과 함께 생활한다.
수도자들은 매일 점심을 아이들과 함께 먹고 24시간 대기상태에 있다.
왜 이렇게 아이들에게 헌신하는 것일까.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므로 더 집중적으로 사랑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아이가 힘들고 어려워도 고민마저 들어줄 사람 하나 없고 성격도 왜곡돼 있는 경우가 많아요.
'세상에 태어나서 나를 도와준 사람이 단 하나도 없었다'고 생각하는 아이도 있을 정도니까요.
이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알려주고 남도 사랑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비록 지금 떡잎은 일그러졌어도 그 안에 계신 하느님이 아름다운 꽃을 피울 테니까요."
1854년 성 요한 보스코 신부(1815~1888)가 창설한 살레시오회는 청소년 교육과 복지를 주요 목적으로 삼는 수도회다.
창설 당시 공업화가 한창 진행 중이던 이탈리아에선 시골에서 도시로 몰려든 청소년들이 안정적 거처를 구하지 못해 많은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았다.
이때 보스코 신부는 버림받은 아이들을 돌봐주고 일할 여건을 마련해주면 정직한 시민,착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게 된다고 믿고 '오라토리오'라는 기숙사를 세우고 일자리를 얻는 데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가르쳤다.
한국에는 1954년 진출해 광주에 살레시오 중·고를 세워 교육사업을 벌였고 1963년 서울 대림동에 공단지역 청소년을 위한 기숙사를 세운 것을 필두로 돈보스코직업전문학교,살레시오교육회관,돈보스코정보문화센터,나눔의 집(그룹홈),수련원 등을 세우고 청소년 보호와 교육,복지에 앞장서왔다.
"우리 수도회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하느님의 뜻이 어디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하느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확고한 믿음 때문이지요.
그래서 우리들의 매일 계획표 안에서는 돈보스코의 마음과 정신이 살아 숨쉽니다.
돈보스코가 제시한 예방교육법대로 청소년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자질과 역량을 모든 차원에서 일깨워 온전하게 성숙한 인간,삶의 주역이 되어 삶을 축제로 살아가는 행복한 인간을 양성해야지요."
살레시오회가 운영하는 청소년 시설들이 단순한 기술교육이나 지식교육의 차원을 넘어 치료교육과 인성교육 등을 병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의 수도자는 116명.대림동수도원에는 15명의 수도자와 3명의 예비수련자가 생활하고 있다.
성소 담당인 안 신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마침 수도회 입회를 희망하는 한 젊은이가 1주일간의 성소체험을 위해 찾아왔다.
광고대행사에 4년간 근무하다 왔다는 그는 "어디엔가 저의 쓰임새가 있을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왔다"면서 "아이들에게 좋은 표양이 돼 그들이 자기 안의 그리스도를 발견하고 세상의 빛이 되도록 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아이들을 먼저 끌어안고 사랑해줘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돈보스코는 이렇게 강조했다.
"청소년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1층 왼쪽 방에선 목공예를 하느라 나무를 자르고 깎고 다듬는 작업이 한창이고, 그 오른편 도예실에 들어서자 도자기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탁자에서 그릇이나 원통을 만드는 아이도 있고, 능숙하게 물레를 돌리며 목이 긴 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원장 신부가 "손에 물을 너무 많이 묻히면 병 모양이 일그러진다"고 일러줘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 있다는 듯 물레를 돌리더니 예쁜 그릇도 하나 만든다.
서울 대림1동 살레시오 근로청소년회관의 낮 풍경이다.
남자수도회인 살레시오회가 운영하는 이 회관은 대림동수도원(공동체)과 한울타리 안에 있다.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대림1동 새마을금고 앞에서 내려 50m쯤 가다 보면 오른편 담장 위에 커다랗게 세워놓은 '살레시오회'라는 간판이 눈길을 끈다.
활짝 열린 대문을 지나 경사진 길을 잠시 오르자 잘 생긴 나무 밑에 토속적 분위기의 부처님처럼 생긴 성모자상이 반겨준다.
대림동공동체의 땅은 인근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넓직하다.
아이들의 기숙사와 수도원 건물이 인접해 있고 농구코트와 족구장,축구장도 있다.
전화를 받고 나온 조성태 원장 신부는 "먼저 교육관부터 둘러보자"며 농구코트를 건너 사비오관으로 향한다.
이곳에 있는 청소년은 모두 '도움과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다.
부모의 이혼이나 알코올 중독,양부모나 조부모 슬하,가정폭력 등의 사정으로 인해 의지할 곳이 없거나 비행을 저질러 법원에서 보호관찰을 위탁한 청소년들이다.
하지만 작업 중인 아이들의 표정에선 그늘을 찾아보기 어렵다.
여느 아이처럼 천진스럽고 개구쟁이다.
제일 처음 이곳에 오면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목공예나 도예 등의 실습과 인성교육 등을 통해 점차 안정을 되찾는다고 한다.
수도원의 성소자 담당인 안성옥 신부는 "나무와 흙이 인성교육에 많은 도움을 준다"면서 "땀 흘리고 수고한 결과가 곧바로 나타나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도예실의 김규원 지도교사는 "한두 달이면 적응해서 자기표현을 하지 않던 아이도 속내를 보인다"고 했다.
"밖에서는 거친 욕설에 익숙했던 아이들도 이곳에 오면 순해져요.
선생님과 수도자들이 관심을 갖고 상담하고 공부하도록 신경을 쓰는 데다 먼저 와 있는 아이들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때문이지요.
치료공동체(TC) 프로그램과 '꿈도사'(꿈을 도와주는 사람) 프로그램 등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꿈도사'의 경우 아이들마다 자신의 꿈과 목표를 정해 계획을 세우고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도록 도와주는 것인데,리더십 전문 강사들이 2년간 무료봉사하며 노하우를 전해주셨지요."
안 신부의 설명이다.
현재 이곳에 있는 청소년은 78명.만 12~19세 아이들이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고 공부한다.
도예와 목공 실습을 하는 아이들이 55~60명,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공부반 아이들도 20여명이나 된다.
수도자와 선생님도 이들과 함께 생활한다.
수도자들은 매일 점심을 아이들과 함께 먹고 24시간 대기상태에 있다.
왜 이렇게 아이들에게 헌신하는 것일까.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므로 더 집중적으로 사랑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아이가 힘들고 어려워도 고민마저 들어줄 사람 하나 없고 성격도 왜곡돼 있는 경우가 많아요.
'세상에 태어나서 나를 도와준 사람이 단 하나도 없었다'고 생각하는 아이도 있을 정도니까요.
이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알려주고 남도 사랑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비록 지금 떡잎은 일그러졌어도 그 안에 계신 하느님이 아름다운 꽃을 피울 테니까요."
1854년 성 요한 보스코 신부(1815~1888)가 창설한 살레시오회는 청소년 교육과 복지를 주요 목적으로 삼는 수도회다.
창설 당시 공업화가 한창 진행 중이던 이탈리아에선 시골에서 도시로 몰려든 청소년들이 안정적 거처를 구하지 못해 많은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았다.
이때 보스코 신부는 버림받은 아이들을 돌봐주고 일할 여건을 마련해주면 정직한 시민,착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게 된다고 믿고 '오라토리오'라는 기숙사를 세우고 일자리를 얻는 데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가르쳤다.
한국에는 1954년 진출해 광주에 살레시오 중·고를 세워 교육사업을 벌였고 1963년 서울 대림동에 공단지역 청소년을 위한 기숙사를 세운 것을 필두로 돈보스코직업전문학교,살레시오교육회관,돈보스코정보문화센터,나눔의 집(그룹홈),수련원 등을 세우고 청소년 보호와 교육,복지에 앞장서왔다.
"우리 수도회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하느님의 뜻이 어디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하느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확고한 믿음 때문이지요.
그래서 우리들의 매일 계획표 안에서는 돈보스코의 마음과 정신이 살아 숨쉽니다.
돈보스코가 제시한 예방교육법대로 청소년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자질과 역량을 모든 차원에서 일깨워 온전하게 성숙한 인간,삶의 주역이 되어 삶을 축제로 살아가는 행복한 인간을 양성해야지요."
살레시오회가 운영하는 청소년 시설들이 단순한 기술교육이나 지식교육의 차원을 넘어 치료교육과 인성교육 등을 병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의 수도자는 116명.대림동수도원에는 15명의 수도자와 3명의 예비수련자가 생활하고 있다.
성소 담당인 안 신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마침 수도회 입회를 희망하는 한 젊은이가 1주일간의 성소체험을 위해 찾아왔다.
광고대행사에 4년간 근무하다 왔다는 그는 "어디엔가 저의 쓰임새가 있을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왔다"면서 "아이들에게 좋은 표양이 돼 그들이 자기 안의 그리스도를 발견하고 세상의 빛이 되도록 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아이들을 먼저 끌어안고 사랑해줘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돈보스코는 이렇게 강조했다.
"청소년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