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지분율이 5%에도 못 미쳐 사실상 주인없이 떠도는 코스닥 상장사가 속출하고 있다.

일부 업체의 경우 경영권에 관심을 보이던 최대주주가 전 경영진의 배임 횡령과 실적 부진 등의 잇단 악재가 터지자 장중에 지분을 처분,새 지배주주의 향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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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시큐어소프트를 비롯 씨엔씨엔터프라이즈 뉴보텍 현대아이티 마스타테크론 엠피오 엔터원 등 최대주주 지분율이 5% 미만으로 떨어진 코스닥 업체가 잇따르고 있다.

올 들어서만 7개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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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을 행사할 지배주주가 없어 일부 업체는 현 경영진이 10억원 안팎의 유상증자로 최대주주에 올라 사실상 회사를 인수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한계기업의 경우 코스닥 퇴출 위기에 처해 있다.

시큐어소프트는 전날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였던 김형진씨가 207만주(6.09%) 전량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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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에서 매도한 탓에 현재 새로운 최대주주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김형진씨는 소형 가전업체 대성통신의 대표로 지난해 12월 시큐어소프트 경영권 인수를 염두에 두고 지분을 매입,최대주주가 됐다.

하지만 매입 직후 전 경영진에 의한 200억원 규모의 배임 횡령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실적까지 극심한 부진을 보이자 손실을 감수하고 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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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큐어소프트는 감사의견 거절로 현재 관리종목 상태이며 자본잠식률이 80.67%에 달한다.

교통카드 업체인 씨엔씨터프라이즈도 주주명부 확인 결과 최대주주가 지분 2.54%를 보유한 개인투자자인 윤영욱씨로 확인됐다.

전 최대주주 지분율도 1.86%에 그쳐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할 최대주주가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우사회와 합병추진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엔터원도 기존 최대주주인 다나넷의 지분 매각으로 지분 3.2%를 보유한 개인투자자가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분 3%를 보유한 개인투자자가 최대주주인 엠피오의 경우 현 경영진이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최대주주로 나설 태세다.

이 회사는 지난 2일 김정호 현 대표이사 등이 참여하는 11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달 말께 자금 납입이 완료되면 12억원에 59만주를 배정받는 김 대표가 지분율 7.15%로 최대주주에 올라 사실상 회사를 인수하게 된다.

이 밖에 뉴보텍 현대아이티 마스타테크론도 주주명부 확인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사실이 밝혀져 사실상 주인없이 떠돌고 있는 처지다.

이들 회사는 최대주주가 정상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지분을 처분해 주식 향배가 불투명한 데다 영업손실 지속과 부실채권 우려로 새 인수자가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우증권 신동민 연구원은 "대주주의 지분 처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는 사례 대부분이 담보 주식의 반대매매에 의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최대주주 변경과 함께 주가가 이상급등하는 종목들은 접근을 삼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히 현 경영진을 감독할 주체가 없어 모럴해저드성 사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