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태자당(太子黨).' 중국 금융계의 거물로 통하는 마가렛 랜(중국명 任克英·48) 전 씨티그룹 중국 본부장이 화려하게 복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 메릴린치가 랜을 중국지역 IB(투자은행)사업 회장으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랜은 지난해 사망한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 총서기의 며느리.중국 금융업계에서 대표적인 태자당(전직 고위 관리의 자제) 인사로 통한다.

랜은 중국 정관계의 폭넓은 '관시(關係)'를 비즈니스에 활용,씨티를 중국 내 최고 투자은행으로 키워왔다.

그런 그가 업계를 떠나야 했던 것은 2004년 6월.랜은 2003년 씨티그룹 주관으로 이뤄진 중국생명보험 IPO(기업공개) 과정에서 본사와 증권거래위원회에 허위 보고를 했다는 이유로 회사를 떠나야 했다.

랜은 지난달 말 미국 증권거래위로부터 무혐의 판정을 얻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고,이번 메릴린치 중국 IB사업 회장으로 복귀한 것이다.

메릴린치가 랜을 스카우트한 가장 큰 이유는 그가 금융업계 최고의 '마당발'이라는 데 있다.

대부분의 태자당이 그렇듯 그는 중국 정관계의 폭넓은 관시를 등에 업고 있다.

랜의 '관시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그가 씨티그룹을 떠난 뒤 더 잘 알려지게 됐다.

그가 씨티그룹을 떠난 뒤 1년6개월여 동안 이 회사의 중국 내 IPO 실적은 19억달러에 불과했다.

작년 중국의 전체 IPO 규모가 754억달러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그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메릴린치는 '태자당 거물'인 랜을 앞세워 올해 중국 IB사업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메릴린치가 작년 중국 IB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약 1억1000만달러로 업계 6위.올해 UBS와 골드만삭스에 이은 제3위 업체로 등장하겠다는 포부다.

메릴린치 홍콩 관계자는 "중국 비즈니스 특성상 관시의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며 "랜의 폭넓은 관시가 메릴린치의 사업영역을 크게 확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랜은 다음 주부터 공식 업무에 들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랜은 일찌감치 미국으로 유학,MIT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그는 뉴욕의 베어스턴 피보이 등에서 서구 금융기법을 익힌 뒤 2001년 씨티그룹에 입사,중국으로 돌아와 활동해 왔다.

한우덕 기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