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이르면 5일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미군 증파안을 놓고 일대 결전을 벌일 태세여서 주목된다.

공화, 민주당은 5일 상원에서 버지니아주 출신 공화당 존 워너 상원의원이 제출한 증파 반대결의안을 놓고 본격 심의에 돌입, 표 대결도 불사할 예정이다.

현재 상원에는 지난 1일 외교위원장인 조지프 바이든 의원(민주.델라웨어)이 워너 의원이 지난달 제출한 증파 반대결의안에 지지를 표시하면서 별도 결의안을 제출, 모두 2개의 결의안이 제출돼 있다.

백악관과 공화당 수뇌부는 이라크 증파 반대결의안이 관철될 경우 부시 대통령의 지도력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판단,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이를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워너 결의안은 이라크 전투병 추가 파병 소요예산을 거부하는 조항까지 담고 있어 최악의 경우 부시 대통령의 증파안이 무기력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양당간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표 대결 가능성과 상원 의석분포

무소속 의원 2명의 정치성향을 감안한 상원 의석 분포는 민주 51, 공화 49명으로 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

백악관은 추가 파병안이 상원에서 거부되지 않으려면 최소한 41표를 확보해야 한다.

물론 이 결의안이 법적 구속력은 갖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 반대에 대한 의회의 단호한 의지를 표출하고, 국민 여론을 재확인할 수 있는 풍향계라는 점에서 부시 행정부에 적잖은 심리적 부담이 될 게 분명하다.

공화당은 워너 결의안 처리를 막기 위해 지연전술을 펼칠 계획이나 민주당은 '의사진행 방해공작'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실제 이날 표 대결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치열한 대국민 홍보전

이 때문에 공화, 민주당 중진들은 표 대결을 하루 앞둔 4일 TV에 일제히 출연, 여론의 호응을 얻기 위한 치열한 대국민 홍보전을 펼쳤다.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존 매케인, 척 헤이글 상원의원은 ABC 방송의 '금주(디스 위크)' 프로그램에, 린제이 그레이험 의원은 폭스 뉴스, 다이앤 페인스타인, 리처드 루거 의원과 롭 포트먼 백악관 예산실장은 CNN의 '레이트 에디션' 프로그램에 각각 출연했다.

먼저 상원 군사위 소속 매케인 의원은 "워너 결의안을 제출한 의원들은 지적으로 신뢰받지 못할 사람들(intellectually dishonest)"이라고 맹비난, 부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매케인은 또 "양당 의원들이 뜻을 모아 제출한 이번 결의안은 미군에 대한 불신임 투표와 같으며, 미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며 "미군의 임무를 불신하고 재정지원도 하지 않으려는 것이 합당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공화당은 매케인(애리조나)을 선두로 그래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미치 매코넬(켄터키.상원 원내대표), 존 코닌(텍사스), 데이비드 비터(루이지애나) 상원의원이 앞장서서 이런 분위기를 주도했다.

반면 민주당 페인스타인 의원은 공화당의 결의안 처리 저지 움직임을 '의사진행 방해공작'이라고 비난하면서 "의회내 다수인 민주당이나 유권자들이 그런 지연전술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공화당 척 헤이글 의원은 같은 당 매케인 의원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았다.

이번 결의안은 부시 대통령의 대 이라크 정책이 잘못됐다는 상원 입장을 명확히해 줄 것이라고 강변했다.

차기 대선 출마를 검토중인 그는 나아가 "내전 상황에 있는 이라크에 미군을 추가 파병한다고 해서 이라크전의 결과를 바꿀 수 있는게 아니다"고 부연했다.

그래이엄, 루거 의원은 "민주당이 주도한 이 결의안이 상원의원 60명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설사 통과한다 해도 이번 결의안은 어떠한 구속력도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민주당을 지지하는 무소속 조지프 리버맨(코네티컷) 의원은 "미국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치안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부시 대통령의 증파안을 지지,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천문학적 이라크 전비 추가요청 격론일 듯

부시 대통령은 5일 정부의 새해 예산안을 공개하며 이라크 전비 충당을 위한 긴급예산을 의회에 요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비(戰費)로 올해 책정됐던 예산을 훨씬 초과하는 1천억여달러 규모의 예산을 추가 요청할 계획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시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수행 비용으로 국방부가 새로 요청한 934억달러, 국무부가 요청한 70억달러 등 총 1천억 달러를 조금 상회하는 예산안을 의회에 요청할 방침이다.

아울러 올해 10월 1일부터 시작되는 2008 회계연도 예산으로 1천450억달러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포트먼 예산실장은 이날 "우리 군대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면서 반대 여론 무마에 안간힘을 쏟았다.

또한 "우리가 요청한 예산은 미군 병력들이 필요한 장비를 갖추는데 반드시 있어야 할 돈"이라고 예산 처리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앞서 미 의회 예산국은 지난 1일 전투부대를 실전 배치하는 데는 지원병력이 필요해 이라크에 병력 2만1천500명을 추가 파병하기 위해선 실제론 이보다 2배 이상의 병력이 필요하고, 증파 첫해에만 270억달러(약25조4천억원)의 비용이 더 들 것으로 추산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