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시행(1960년) 이전에 관습적으로 존재했던 '분재(分財)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일반 민사채권과 같은 10년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분재청구권이란 호주제 아래에서 재산을 상속받은 호주 상속인이 재산을 분배하지 않았을 경우 나머지 상속인들이 호주 상속인을 상대로 재산 분배를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이다.

대법원 3부는 '1944년 사망한 아버지의 유산을 나눠달라'며 오모씨가 조카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유산의 4분의 1을 돌려주라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유산을 배우자나 자녀 등 상속자 수로 나누도록 한 민법 시행 이전의 관습법에 따르면 호주 사망시 제주(祭主)인 장남이 유산 전체를 물려받은 뒤 절반을 형제들에게 균등 분배하는 식으로 상속이 이뤄져 왔다.

그러나 오씨의 큰 형은 아버지 사망 후 둘째 동생에게 재산의 일부를 나눠줬으나 막내인 오씨에게는 재산을 분배하지 않았다. 오씨는 큰 형이 사망한 뒤인 2003년 6월 재산을 물려받은 조카를 상대로 물려받은 재산의 4분의 1을 나눠달라며 소송을 냈다.

이에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장남이 유산의 2분의 1을 취득하고 나머지는 형제들에게 평등하게 분배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으나 대법원은 "분재청구권은 일반적인 민사채권과 같이 권리자가 분가한 날로부터 10년이 경과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