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노,라이노…" 코끼리 조련사의 다급한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다.

조련사의 손에 들린 짧은 막대기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이 확 쏠린다.

분명 저만치서 무슨 소리가 난 것도 같은데 그 흔적을 확인할 길은 없다.

사방은 어른 키보다 큰 풀숲.때마침 전체가 사르락 흔들리는 모습이 잔잔한 바다를 연상시킬 정도다.

풀보다 훨씬 높은 육중한 코끼리 등 위의 4인용 좌대에 등을 대고 앉은 이들의 시선은 이내 다른 쪽을 더듬는다.

새소리일까? 왼편 멀리 여기저기서 들리는 낯선 소리에 맞춰 코끼리가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좌대는 발을 의지할 데가 없어 허리에 부담이 가긴 하지만 그 느릿한 흔들림이 기분좋다.

점점 따사로워지는 아침햇살도 눈부시다.


풀숲에 흩어진 코끼리는 4마리.모두 제각각인 듯 싶지만 목적은 하나다.

몰이꾼과의 협업을 통해 풀숲에 숨어 사는 외뿔 인도코뿔소를 찾아 보여주는 일이다.

오른편은 폭넓은 강,왼편은 새소리 같은 소리를 내지르는 몰이꾼,그 사이에 '한일'(一)자로 늘어서 코뿔소의 뒤를 쫓는다.

저인망으로 어군을 훑어나가는 형세다.

나무숲과 경계를 이루는 가장자리께에 이르러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한층 잦아진다.

꼼짝없이 코너에 몰린 코뿔소가 갈길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풀숲 한 곳이 심하게 요동치는가 하면,풀들이 일직선으로 급히 휘었다 일어서는 모습이 눈에 잡힌다.

급기야 푸욱푸욱 내쉬는 거친 숨소리까지….

1시간30분여의 코끼리트레킹은 코뿔소가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절정을 맞는다.

코뿔소는 코끼리 덩치에 겁을 먹었는지 시선을 외면한 채 여전히 도망칠 궁리만 하는 것 같다.

떡 벌어진 어깨며 짧고 굵은 다리,튼실한 복부와 엉덩이 선이 당당한데도 마음만은 소심한 것일까.

그래도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에라 모르겠다하며 등을 돌려 돌진해오면 어떻게 할까?

네팔 치트완국립공원에서의 코끼리트레킹은 정말 사람을 흥분시킨다.

동남아 여느 나라에서 하는 코끼리트레킹에 비해 그 강도가 다르다.

바다처럼 넓은 풀숲과 정글지대를 통과하며 야생의 코뿔소 몰이를 하는 맛을 그 무엇에 비길 수 있을까.

치트완국립공원은 1973년 네팔 최초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1984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목록에도 오른 공원은 남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성공한 자연보호구역으로 평가받는다.

원래 영국왕과 총독도 찾았던 왕족의 사냥터였다.

수십 수백마리의 호랑이와 코뿔소,표범과 곰 같은 야생동물들이 사냥총에 희생됐다.

지금은 많이 복원됐다.

여의도의 110배에 달하는 공원에는 370마리가량의 인도 코뿔소가 서식하고 있다.

170여마리의 벵갈 호랑이가 먹이사슬의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고,코끼리도 많이 생육되고 있다.

치트완국립공원의 진면목은 라프티강 카누체험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공원을 관통하는 라프티강은 '침묵(망각)의 강'이란 뜻의 이름처럼 아주 고요하다.

통나무를 깎아 만든 폭좁은 카누에 앉아 눈을 감고 있으면 마음이 착 가라앉는다.

강가에서 노니는 작은해오라기와 왜가리,검은머리흰따오기와 흰가슴물닭 등의 새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악어는 조심할 것.강물에 손을 집어넣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악어의 등거죽과 물색이 똑같아 언제 달려들지 알수 없다.

높은 나무꼭대기에 앉아 내려다보는 독수리의 시선도 매섭다.

라프티강 카누는 정글트레킹으로 이어진다.

풀과 나무가 울창한 정글지대를 걸으며 그 생태를 살펴보는 코스다.

코뿔소가 목욕하는 웅덩이,멧돼지의 잠자리,흰개미집 등 생전 처음 보는 야생의 흔적이 신기하다.

뭉쳐있는 털같이 보이는 것을 막대기로 헤치며 멧돼지를 먹은 호랑이똥이라고 하는 안내원의 설명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호랑이로 인한 인명피해도 심심찮게 발생하는 곳이지 않는가.

정글트레킹의 마지막 코스는 코끼리생육센터.아프리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코끼리가 태어나는 곳이라고 한다.

어미코끼리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코끼리가 생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나나를 내밀면 서로 먹겠다고 코를 내미는 아기코끼리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 없다.

치트완(네팔)=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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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관광, 대한항공 네팔 직항 전세기 이용 문화탐방 상품내놔 ]

네팔의 정식 국명은 네팔왕국이다.

인도 중국(티베트)과 접경하고 있는 내륙국가다.

한반도의 3분의 2 크기인 국토는 동서 900㎞,남북 150㎞로 길게 누워 있는 형태다.

수도는 카트만두.인구는 2600만명.겨울철에 여행하기 좋다.

한국보다 3시간15분 늦다.

통화단위는 루피.환율은 미화 1달러에 70루피 안팎이다.

비자는 카트만두의 트리부반국제공항에서 받는다.

치트완은 카트만두에서 서남쪽으로 160㎞쯤 떨어져 있다.

국내선 비행기가 다닌다.

도로사정이 나빠 버스로는 5시간쯤 걸린다.

치트완국립공원 지역에 '로얄파크호텔'을 비롯한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다.

리조트마다 코끼리트레킹,정글트레킹 등의 프로그램을 자체 운영한다.

한진관광(02-726-5800,www.kaltour.com)은 26일까지 매주 월요일 출발하는 대한항공 네팔 직항 전세기를 이용한 네팔·인도 문화탐방 상품을 내놓았다.

'히말라야 네팔왕국 하이라이트 9일'은 199만원.'히말라야 네팔왕국과 인도일주 13일과 14일'은 각각 299만원,309만원.'네팔 인도 불교 성지순례 9일'은 199만원.네팔관광청 한국사무소 (02)730-4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