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법서 '오륜서'를 쓴 미야모토 무사시가 1605년 원수지간인 요시오카 가문의 청년 마타시치로로부터 결투신청을 받았다.

이전까지 미야모토는 요사오카 가문과 싸울 때마다 몇 시간씩 늦게 도착해 그들의 화를 부추기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찍 가서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곧 한 무리의 부하들을 데리고 결투장소에 도착한 마타시치로는 "미야모토는 평소처럼 늦게 올 것"이라며 부하들을 풀숲에 매복시켰다.

그때 미야모토는 나무에서 뛰어나와 단칼에 마타시치로의 목숨을 끊어버렸다.

또 매우 긴 칼로 싸우는 사사키 고지로와 작은 섬에서 결투할 때에는 느지막이 배를 타고 나타났다.

그는 이 결투에서 고지로의 장검보다 훨씬 긴 노를 깎아 만든 목검으로 고지로를 해치웠다.

미야모토는 이처럼 적과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전략을 바꿈으로써 불패의 무사가 됐다.

베스트셀러 '유혹의 기술'로 잘 알려진 로버트 그린은 여기서 '과거의 방식으로 싸우지 말라'는 교훈을 찾아낸다.

천하무적임을 자랑하던 프로이센 군대가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에 맥없이 무너진 것도 구태의연한 전술에 매달렸기 때문이라고 그는 분석한다.

"과거의 성공들이 미래에도 당연히 계속될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얘기다.

그가 쓴 '전쟁의 기술'(안진환 외 옮김,웅진지식하우스)은 손자,한니발,나폴레옹,클라우제비츠,대처,레이건,루스벨트,영화감독 히치콕 등 인류 역사의 위대한 승리자들에게서 찾아낸 승리의 방법들을 담고 있다.

저자는 "삶은 전투와 충돌의 연속이므로 전쟁은 우리 삶과 동떨어진 영역이 아니다"라며 '승리하는 비즈니스와 인생을 위한 33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자기준비·조직·방어·공격·모략의 기술 등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전투와 갈등의 사례를 전쟁 그 자체에서 뿐 아니라 정치와 문화,스포츠,비즈니스 등에서도 제시하면서 승자와 패자에게서 배워야 할 기술들을 상세히 보여준다.

한 가지 기술 한 장(章)에 담은 33가지 기술의 제목만 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적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하라,평정심을 잃지 마라,절체절명의 순간으로 자신을 밀어 넣어라,상대를 조급하게 만들어라,협상 중에도 진격을 멈추지 마라….

전쟁의 사례들을 읽어내는 저자의 눈이 예리하다.

패배를 모르던 히틀러가 어느 순간부터 평정심을 잃고 패배의 길로 갔는지,대영제국이 아프가니스탄의 문화와 민심을 모른 채 개입했다가 얼마나 처절하게 패배했는지 등의 사례에서 배우는 반면교사적 가르침도 흥미롭다.

640쪽,2만5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