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부상하는 이슬람 금융] (3) 몸값 치솟는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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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부상하는 이슬람 금융] (3) 몸값 치솟는 전문가
두바이에 본사를 둔 에미리트이슬람은행을 비롯 7개 금융회사의 샤리아(이슬람율법)위원회 멤버인 후세인 하미드 하산 박사(68).그는 카이로에 있는 알 아자르대에서 샤리아로 박사학위를 받고 뉴욕대와 카이로대에서 법학과 경제학을 공부한 후 카이로대에서 40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2002년 퇴직 후 그의 인생은 달라졌다. 당시 수쿠크(이슬람채권) 등 이슬람금융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샤리아 학자를 영입하기 위한 금융회사 간 경쟁이 치열했다. 율법과 금융에 정통한 샤리아 학자인 하산 박사는 이들에 1순위 영입 대상이었다.
현재 7개 금융회사의 샤리아 위원으로 일하며 하산 박사가 벌어 들이는 돈은 연간 50만~60만달러(약 4억7000만~5억70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하산 박사처럼 금융에 정통한 샤리아 학자는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다.
이슬람금융컨설팅회사인 야사드의 마지드 다우드 대표는 "이슬람금융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금융지식을 갖춘 샤리아 학자가 200명 이상 필요한데 현재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사람은 20여명 남짓"이라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너 개 금융회사에서 '러브콜'을 받고 자문하는 학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보통 3∼5명의 샤리아 학자로 구성되는 샤리아위원회는 상품 개발에서 최종 승인에 이르기까지 율법적인 측면에서 금융회사를 자문·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회사의 신뢰도와 상품의 인기는 얼마나 권위있는 샤리아 학자를 영입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들의 몸값이 날이 갈수록 치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로벌 은행들은 권위있는 샤리아 학자에게 연간 자문료로 7만5000~10만달러를 지급한다. 3년 만에 두 배 수준으로 올랐다. 대부분 대학 교수인 이들은 위원회 멤버로 활약하며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슬람금융 인력 부족 현상은 샤리아 학자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이슬람금융 네트워크 확대에 나선 이슬람 토착 은행과 '이슬람버전' 금융상품으로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글로벌 은행들도 전문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두바이법인 관계자는 "중동지역 고객들이 글로벌 투자에 눈을 뜨면서 샤리아에 정통하고 세계금융시장의 흐름을 잘 읽는 직원들과 상담하고 싶어하지만 그런 인재가 부족하다"면서 "토착 은행과 글로벌 은행들은 기존 인력을 교육시켜 대응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컨설팅 회사인 AT커니는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협력협의회(GCC) 소속 6개국에서만 최소 3만명의 이슬람금융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칼리드 압둘라 자나히 파이잘 프라이빗뱅크 회장은 "글로벌 은행들은 급증하는 이슬람금융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재능있는 전문 인력을 시급히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력 수요가 급증하자 영국 말레이시아 두바이 등 지역 내 '이슬람금융허브'를 표방하고 있는 국가들은 인적 자원 양성에 발벗고 나섰다.
영국에서는 민간 기관인 증권·투자연구소(SII)가 지난해 11월부터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슬람금융자격증 시험을 도입했다.
1991년 문을 연 런던의 이슬람은행·보험연구소(IIBI)는 이슬람금융 석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국제금융리더십센터(ICLIF),이슬람금융연수원(IBFIM),이슬람금융국제교육센터(INCEIF) 등 3개 기관을 2004년부터 잇달아 설립했다.
아담 엘리아스 말레이시아 이슬람금융연수원장은 "23개 교육과정에서 외국인을 포함해 연간 500여명이 교육을 받는다"면서 "일반 은행에서 경험을 쌓은 직원들이 이슬람금융으로 사업이 확대됨에 따라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슬람 교리와 전통을 가르치는 과정이 포함된 이슬람금융 경영학석사(MBA)과정 설립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국제이슬람대에서 금융을 가르치는 압둘 라힘 교수는 "이슬람금융에 특화된 MBA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개설될 전망"이라며 "상위권의 비즈니스스쿨이 나선다면 무슬림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언(두바이)·주용석(런던)·류시훈(쿠알라룸푸르·싱가포르) 기자 indep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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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Tip
◎샤리아위원회(Committee of Shariah)=샤리아보드(board)로도 불리는 이슬람금융회사의 조직.샤리아 학자들로 구성된다.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금융 상품과 서비스가 샤리아에 부합하는지를 최종 판단한다.
최근에는 상품 개발 단계부터 관여하는 추세다. 학자들의 국적도 다양하다.
HSBC의 이슬람금융 자회사인 HSBC아마나는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이집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바레인 등 6개국의 명망있는 샤리아 학자들로 구성된 '글로벌샤리아위원회'의 자문을 받고 있다.
2002년 퇴직 후 그의 인생은 달라졌다. 당시 수쿠크(이슬람채권) 등 이슬람금융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샤리아 학자를 영입하기 위한 금융회사 간 경쟁이 치열했다. 율법과 금융에 정통한 샤리아 학자인 하산 박사는 이들에 1순위 영입 대상이었다.
현재 7개 금융회사의 샤리아 위원으로 일하며 하산 박사가 벌어 들이는 돈은 연간 50만~60만달러(약 4억7000만~5억70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하산 박사처럼 금융에 정통한 샤리아 학자는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다.
이슬람금융컨설팅회사인 야사드의 마지드 다우드 대표는 "이슬람금융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금융지식을 갖춘 샤리아 학자가 200명 이상 필요한데 현재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사람은 20여명 남짓"이라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너 개 금융회사에서 '러브콜'을 받고 자문하는 학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보통 3∼5명의 샤리아 학자로 구성되는 샤리아위원회는 상품 개발에서 최종 승인에 이르기까지 율법적인 측면에서 금융회사를 자문·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회사의 신뢰도와 상품의 인기는 얼마나 권위있는 샤리아 학자를 영입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들의 몸값이 날이 갈수록 치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로벌 은행들은 권위있는 샤리아 학자에게 연간 자문료로 7만5000~10만달러를 지급한다. 3년 만에 두 배 수준으로 올랐다. 대부분 대학 교수인 이들은 위원회 멤버로 활약하며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슬람금융 인력 부족 현상은 샤리아 학자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이슬람금융 네트워크 확대에 나선 이슬람 토착 은행과 '이슬람버전' 금융상품으로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글로벌 은행들도 전문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두바이법인 관계자는 "중동지역 고객들이 글로벌 투자에 눈을 뜨면서 샤리아에 정통하고 세계금융시장의 흐름을 잘 읽는 직원들과 상담하고 싶어하지만 그런 인재가 부족하다"면서 "토착 은행과 글로벌 은행들은 기존 인력을 교육시켜 대응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컨설팅 회사인 AT커니는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협력협의회(GCC) 소속 6개국에서만 최소 3만명의 이슬람금융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칼리드 압둘라 자나히 파이잘 프라이빗뱅크 회장은 "글로벌 은행들은 급증하는 이슬람금융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재능있는 전문 인력을 시급히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력 수요가 급증하자 영국 말레이시아 두바이 등 지역 내 '이슬람금융허브'를 표방하고 있는 국가들은 인적 자원 양성에 발벗고 나섰다.
영국에서는 민간 기관인 증권·투자연구소(SII)가 지난해 11월부터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슬람금융자격증 시험을 도입했다.
1991년 문을 연 런던의 이슬람은행·보험연구소(IIBI)는 이슬람금융 석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국제금융리더십센터(ICLIF),이슬람금융연수원(IBFIM),이슬람금융국제교육센터(INCEIF) 등 3개 기관을 2004년부터 잇달아 설립했다.
아담 엘리아스 말레이시아 이슬람금융연수원장은 "23개 교육과정에서 외국인을 포함해 연간 500여명이 교육을 받는다"면서 "일반 은행에서 경험을 쌓은 직원들이 이슬람금융으로 사업이 확대됨에 따라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슬람 교리와 전통을 가르치는 과정이 포함된 이슬람금융 경영학석사(MBA)과정 설립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국제이슬람대에서 금융을 가르치는 압둘 라힘 교수는 "이슬람금융에 특화된 MBA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개설될 전망"이라며 "상위권의 비즈니스스쿨이 나선다면 무슬림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언(두바이)·주용석(런던)·류시훈(쿠알라룸푸르·싱가포르) 기자 indep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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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Tip
◎샤리아위원회(Committee of Shariah)=샤리아보드(board)로도 불리는 이슬람금융회사의 조직.샤리아 학자들로 구성된다.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금융 상품과 서비스가 샤리아에 부합하는지를 최종 판단한다.
최근에는 상품 개발 단계부터 관여하는 추세다. 학자들의 국적도 다양하다.
HSBC의 이슬람금융 자회사인 HSBC아마나는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이집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바레인 등 6개국의 명망있는 샤리아 학자들로 구성된 '글로벌샤리아위원회'의 자문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