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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조폭이 할 일, 국가가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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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泳世 < 연세대 교수·경제학 >

    이탈리아가 단일 국가를 형성하던 19세기 중반 시실리를 포함한 남부지역은 혼란과 변혁을 경험했다. 사유재산의 개념이 도입되고 거래가 활발해진 한편 지주(地主)와 중소상인들은 농민과 빈민들의 저항으로 불안에 시달렸다. 합리적인 법체계나 공정한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기 아직 이른 시기에 사회경제적으로 급격한 변화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지주와 상인들은 점차 혈연,지연,동업관계에 근거한 '주먹'들에게 자신의 재산과 안전을 맡기기 시작했다. 이들 주먹들은 조직화와 연대 규율을 통해,또 부패한 지방정부의 관리 및 불공정한 공권력과 결탁하면서 세력을 급속히 확장해갔다. 이민(移民)이라는 경로를 통해 북미지역에 진출,그 곳의 암흑가를 장악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것이 이탈리아 마피아(Mafia)의 발흥과 성장 배경이다.

    우리 사회에서 지금 조폭이 우려할 만한 위치에 와있다고 한다. 최근 발표된 형사정책연구에 따르면 조폭의 평균 진출 업종은 4개에 달하며 조직원당 월수입은 국민소득의 2배를 훨씬 넘는 월 400만원이라고 한다. 전통적 활동영역이었던 건설업,유흥업소,오락실,게임장은 물론 사채놀이를 하거나 인수합병 사업까지 벌여 재산을 불려왔다.

    시실리 마피아의 역사를 연구한 학자 감베타(Gambetta)는 법치의 와해와 사회적 신뢰 형성의 미비가 범죄조직의 부흥을 가져왔다고 밝힌바 있다. 사회구성원들이 국가의 역할이나 법 집행의 공정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좀더 믿을만한 대안을 찾는다는 것이다. 걸핏하면 무리를 지어 떼쓰는 이익집단이나 혈연. 지연. 학연이 얽힌 단체가 대표적 사례다.

    자기 이념에 맞지 않는다고 합법적으로 설치된 구조물을 마구 뜯어내는 반미단체. 한미자유무역 협상을 저지하겠다고 죽봉과 쇠파이프로 경찰을 두들겨 패는 농어민단체. 연말성과급을 빌미로 국가경제와 하청업체야 어찌되든 불법파업을 강행하는 강성노조. 자신들만은 평가의 사각지역으로 남아있겠다고 학생의 수업권을 볼모로 집단 연가투쟁을 되풀이한 전교조. 온갖 배임 탈세 뇌물공여를 저지르고도 집행유예 받고 당당히 사무실에 출근하는 기업인. 범법행위로 구속돼 언론일면을 장식하고도 조용해지면 어느 고위직을 꿰차고 앉아있는 공무원과 정치인.

    여기서 개별사안의 폭력성이나 탈법성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 원칙에 따라 법을 적용,집행하지 못해 조롱거리가 되고 그 결과 국민들로부터 불신받는 국가공권력이 그것이다. '이번만은 법에 따라 엄정 대처'라는 행정부처나 사법당국의 엄포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승리의 깃발과 솜방망이 처벌만 남는 한 앞길은 뻔하다. '우리도 저렇게 막가면 뭔가를 얻어낼 수 있겠구나'라는 사회적 학습과 그로 인한 국가권위 손상의 악순환만 되풀이된다.

    마피아,조폭 그리고 석궁테러를 저지른 정신나간 교수. 이들 간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회구성원들이 느끼기에 만인에게 평등해야 할 법이 공정하게 집행되지 않고 부패한 관리와 정치인은 뇌물 바치는 사람을 우대하고 각종 제도가 효율적으로 기능하지 않는 사회,그런 곳에서 공권력을 대체하는 사적(私的) 제도라는 특징이 바로 그것이다.

    국가가 할 일이 있다. 국가안보와 치안 그리고 법질서를 확립해 개개인의 생명과 사유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 그래서 누구나 자신의 미래를 위해 안심하고 물적. 인적 자원을 이 땅에 투자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경제발전의 기본이다. 우리나라에서 불법과 무질서로 인한 경제적 손실만 막아도 경제성장률을 1% 이상 올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이전투구(泥田鬪狗)로 인해 가져가는 것보다 깨지는 것이 더 많은 법이라는 올슨(Olson)의 지적을 떠올리게 한다.

    국가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법과 원칙의 확립에 실패한 책임은 잊은 채 온갖 간섭과 사전규제로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제약하는 일이다. 그 결과 공공부문의 조직과 인력은 늘어나고,비대해진 조직과 인력을 유지하려니 또다시 간섭과 규제를 양산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작지만 강력한 국가로 돌아가라. 그래야 국민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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