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의원의 탈당으로 열린우리당이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앞서 탈당한 임종인 이계안 최재천 의원 등과 달리 천 의원은 범여권 대선주자로 꼽히고 있는데다,수도권 및 개혁파 세력의 탈당을 이끌어내 당을 해체하는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상호 대변인이 "원내대표까지 한 정치지도자가 개별 탈당하는게 바람직한가 묻지 않을수 없다"며 곤혹스런 표정을 지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전당대회 미봉에 탈당 결심

천 의원은 이날 탈당 이유에 대해 "전당대회가 당초 걱정했던 대로 미봉으로 가고 있어 당이 계속 표류하면서 시간만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전당대회를 통해 '당 해체'를 결의하고 대통합신당을 추진하려던 계획이 당 사수파의 반발로 어려워지게 됨에 따라 탈당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선을 그어야 대선에서 여권이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천 의원은 "열린우리당 자체가 민생·개혁 전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대통합으로 가기 위해서는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

(탈당 결정은) 대통령의 이야기와 관계없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틀 안에서 통합신당 추진을 호소한 노 대통령의 25일 발언을 일축한 것이다.

◆연쇄 집단탈당 예고

천 의원은 향후 구상과 관련,"민생·개혁세력을 총 결집해 12월 대선승리를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선도 탈당을 통해 우리당 안팎의 개혁세력과 연대해 일정한 정치세력을 형성함으로써 당 해체를 촉진하는 한편 범여권 대통합신당을 만들어 대선에 대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천 의원은 "탈당에 대한 판단은 개인이 하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으나 "여러 사람과 논의를 했다"고 강조,동료 의원들의 추가 탈당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천 의원은 수도권 출신 의원 10여명과 진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함께 당을 빠져나올 인물로는 이종걸 제종길 이상경 김재윤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염동연 의원은 30일 탈당을 결행할 방침이고,김한길 원내대표와 조일현 주승용 의원 등 원내대표단도 탈당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강봉균 정책위의장 등 중도·실용주의파 20여명은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탈당하겠다는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

변재일 의원 등 충청권 의원들도 29일 모임을 갖고 진로를 논의한다.

한편 당 지도부는 29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기초당원제로의 당헌개정을 통해 봉합에 나설 예정이지만 탈당이 가속화될 경우 2월14일 전당대회 이전에 당이 해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