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는 급증하고 있는데 국내 투자는 오히려 둔화되고 있고, 유입되는 외국인 직접투자마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면 장차 그 나라 산업 기반이 어찌될지는 물어보나 마나일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그런 처지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는 184억6000만달러로 전년도에 비해 104.4%나 늘었다. 반면 외국인의 한국 투자 신고 금액은 2.9% 감소한 112억300만달러이다. 지난해 우리는 이미 투자 순유출국으로 돌아선 것이다.

더 심각한 건 국내 투자가 몇 년째 부진한 가운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둔화되고 제조업 투자는 아예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다. 이대로 가면 절대액 측면에서 해외 투자가 국내 투자를 웃도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투자가 줄면 일자리가 늘어나기 어렵고 그래서 소비 여력이 감퇴하면 생산이 위축되고 결국 성장 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물론 해외 투자 자체가 잘못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글로벌 전략, 해외자원 개발 등 불가피하거나 오히려 장려해야 할 투자도 있다. 그러나 해외 투자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런 것들만 있는 게 아니다. 높은 요소 비용,강성 노조,정부 규제 등 열악한 기업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떠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해외 공장의 영업이익률이 국내보다 못하더라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는 기업이 거의 없다는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는 엊그제 하이닉스의 이천공장 증설을 불허했다. 이는 결국 기업을 해외로 나가라고 떠미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내 투자 공동화가 현실로 다가오기 전에 투자를 진작시킬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