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3일 민주당이 의회 내 다수당이 된 뒤 처음으로 연례 국정연설에 나서 이라크 전쟁에 대한 자신의 변함없는 소신을 거듭 밝히며, 이라크 미군 증강에 대한 초당적 지지와 협력을 호소했다.

= 이라크전은 "이데올로기 전쟁" 거듭 강조 =
0...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를 비롯해 중동 전반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분쟁은 단순한 군사적 대결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이데올로기 싸움'이라며 후세를 위해 과격주의 세력과의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기존의 소신을 거듭 피력했다.

그는 이 전쟁의 한 쪽은 자유와 온건을 믿는 반면, 다른 쪽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생활을 파괴하는 극단주의자들이라며 미국은 중동에서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데 앞장설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또 이라크 전쟁에서 실패할 경우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이 힘을 얻고 세력을 확장해 중동이 혼란에 빠지고, 이란의 핵 야망이 대담해지며, 테러주의자들의 온상이 마련돼 미국민들의 위협이 심화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 사상 첫 "마담 스피커" 소개 =
0... 부시 대통령은 이날 미국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 사상 200여년만에 처음으로 "마담 스피커(Madam Speaker)"라는 호칭에 따라 의회 회의장으로 안내됐다.

국정연설에 나선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미스터 스피커(Mr. Speaker), 미국 대통령이십니다"라는 의회 경위의 소개로 회의장에 들어섰으나, 낸시 펠로시 의원이 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으로 선출됨에 따라 호칭이 `마담 스피커'로 바뀐 것.
의사봉을 잡은 펠로시 의장은 부시 대통령을 소개한 뒤 상원의장인 딕 체니 부통령과 나란히 단상 뒤편 의장석에서 앉아 부시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봤다.

= `폭정의 전초기지' 쿠바, 미얀마, 벨로루시 언급 =
0... 부시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외교정책에 대해서는 특별히 새로운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한 때 미국이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 of tyranny)'로 불렀던 나라들 중 쿠바와 미얀마, 벨로루시를 들어 이들 나라의 민주화를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피델 카스트로 지도자가 와병중인 쿠바에 대해서는 `쿠바 국민들이 스스로 미래와 정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고, '벨로루시와 미얀마도 분명 국민들이 스스로의 미래를 찾을 때'라고 강조했다.

이들 세 나라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2년 전 북한, 이란, 짐바브웨와 함께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지칭했던 국가들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