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제타 2.0 FSI의 첫인상은 귀엽고 단정하다는 것이었다.

겉모습만으로는 왜 이 차량에 '초고속 제트기류'라는 뜻의 이름이 붙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저 젊은 사람이 타기에 예쁘고 부담 없는 차라는 정도의 느낌.

그러나 이름에 담긴 뜻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도로에 접어들어 가속 페달을 밟자 이내 속도를 올리며 다른 차들을 앞질러 나갔다.

브레이크의 반응 속도도 매우 빨라 비호처럼 내달리다가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뿐히 멈춰섰다.

'이 녀석 의외인데' 라는 생각을 하며 주말 오후 강남 거리에 섰다.

세간에 '드림카'로 불리는 기라성 같은 차들이 주변을 에워쌌다.

유난히 자동차의 크기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제타의 덩치로는 무시당하기 딱 좋은 상황.

'한번 보여주자'며 정지선의 앞줄로 나가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렸다.

신호가 바뀜과 동시에 치고 나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비키라는 듯이 곁눈질을 해대던 차들이 사이드 미러 속에서 사라져 갔다.

변속기를 S(스포츠 모드)로 놓고 달리니 가속력이 높아지면서 한층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하는 도심의 교통 상황이 아쉬웠지만 버스와 대형 승용차,SUV가 빼곡히 서 있는 틈새를 제타의 날렵한 몸매로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는 재미도 쏠쏠했다.

속도를 올릴 때마다 울려대는 약간의 소음은 '이제 달려볼까' 하는 신호음 정도로 느껴질 뿐 귀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호사스럽진 않지만 잘 달리고 잘 멈추고 잘 돌아야 하는 자동차의 기본은 확실하게 갖췄다는 것이 전체적인 느낌이었다.

향상된 승차감과 공간 활용성도 돋보인다.

이전 모델에 비해 뒷좌석의 레그룸이 6.5cm 넓어졌고 트렁크 용량은 72ℓ나 커져 527ℓ에 이른다.

골프백 4개를 넣을 수 있는 크기다.

운전석과 조수석 등 6개의 에어백과 후방 충돌시 운전자와 조수석 탑승자의 목을 보호하는 액티브 헤드레스트,ABS(브레이크 잠김방지장치)와 ESP(전자식 주행안전장치)가 통합된 DBA(이중 브레이크 지원) 시스템이 적용됐다.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4410만원.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