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과 연구개발 역량 등 심층의 경쟁력을 평가했을 때 현대차는 아직 일본 업체의 60~70% 수준에 불과합니다."

오재훤 도쿄대 모노즈쿠리경영연구센터 교수는 22일 한국 자동차산업학회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의 수익성 위기와 과제'라는 주제로 개최한 신년 세미나에서 "현대차의 경쟁력은 아직 대외적인 환경 변화를 견뎌낼 수 있는 수준에 오르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서 오 교수는 기업의 경쟁력을 표층의 경쟁력과 심층의 경쟁력으로 나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품질과 가격경쟁력,브랜드 이미지 등 겉으로 나타나는 것은 표층의 경쟁력에 해당한다.

반면 심층의 경쟁력은 종업원들의 자발적인 혁신 의지와 구성원들 간 협력 등 전반적인 조직 역량을 통해 드러난다.

그는 최근 현대차가 표층의 경쟁력은 크게 향상시켰지만 심층의 경쟁력을 높이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4~5년 전부터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업체의 유력한 경쟁자로 떠오르자 일본에서는 현대차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현대차가 아직 심층의 경쟁력을 확보하지는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결론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심층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선결과제로 협력적인 노사관계 구축을 꼽았다.

대립적인 노사관계 속에서는 종업원들이 생산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문제점을 찾아내 개선하고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와 관련,최근 성과급 추가 지급을 둘러싼 현대차 노조의 파업과 사태 해결 과정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오 교수는 "도요타도 노사관계를 개선하는 데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며 "단기적인 손실을 입더라도 회사 측은 노조에 적당히 타협하는 자세를 보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