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 민족주의 세력 집권 여부 관심

발칸반도 안정의 최대 고비가 될 세르비아 조기 총선 투표가 21일 오전 7시(현지시각) 세르비아 전역에서 시작됐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국회의원 선거를 넘어 세르비아에서 급진 민족주의 정권의 재등장 여부와 코소보 독립을 위한 최종 지위 결정이 맞물려 있어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선거는 지역구 후보 없이 정당에 대해서만 투표하는 정당명부식 투표제로, 각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250개 의석수가 배분된다.

총 20개 정당 및 정당연합이 참가하며, 14개 정당은 국회에 진출하려면 총 투표수의 5% 이상을, 6개 소수민족 정당은 0.4% 이상을 얻어야 한다.

세르비아는 애초 올해 말에 선거를 치러야 하나 지난해 몬테네그로 독립에 따른 정체 변화와 G-17 플러스당의 연정 탈퇴 선언 등에 따라 지난해 새 헌법을 통과시키고 불가피하게 총선 일정을 앞당겼다.

이번 선거에서는 반(反) 서방 급진 민족주의 성향의 세르비아 급진당(SRS)의 집권 여부가 최대 관심거리다.

지난 1990년 발칸반도를 내전으로 몰아넣었던 대(大) 세르비아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코소보 독립에 대해서는 '전쟁 불사론'까지 주장하는 급진당은 지난 선거에서 연정 구성에 실패해 현재 야당에 위치에 있지만 250석 가운데 80석을 가진 제1당이다.

급진당은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 전범 혐의로 구금돼 있는 보이슬라브 세셀리 총재 대신 토미슬라브 니콜리치가 총리 후보로 나선 가운데 최근 여론조사에서 30%의 지지율로 여전히 단일 정당으로는 최대의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서방 측이 지지하고 있는 보리스 타디치 현 대통령의 민주당(DS)은 23%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으며, 현재 소수 여당 정부를 이끌고 있는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총리의 세르비아민주당(DSS)은 15%,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하는 G-17 플러스당은 12%를 각각 얻고 있다.

현재 세르비아는 세르비아민주당과 G-17 플러스당, 세르비아재건운동(SPO), 신세르비아(NS) 연합 등이 소수 연정을 구성하고 있다.

이밖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이 소속됐던 사회당과 자유민주당은 5% 안팎의 지지율로 의회 진출의 문턱에 서 있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 측은 세르비아에서 급진 세력의 발호를 차단하기 위해 타디치 대통령과 코슈투니차 총리가 대타협을 통해 '민주세력' 정권을 유지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연정 제휴의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서구식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온건파지만 민족주의적 성향도 강한 코슈투니차 총리가 코소보 독립 문제 등 인종적 이슈에 대해서는 강경 노선을 고집하고 있어 선거 판세에 따라서는 급진당과의 제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측통들은 단일 정당이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향후 정권의 향배는 결국 정당 간 이합집산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유엔은 세르비아 총선이 끝난 뒤 내달 초 코소보 독립에 대한 보고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할 계획이어서 세르비아의 연정 협상은 코소보 독립 추진 과정의 영향을 받아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세르비아는 거의 모든 정당들이 공개적으로 코소보 독립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세르비아의 유권자는 660만명으로 투표는 오후 8시까지 진행되며, 출구조사를 토대로 한 첫 선거 결과 전망은 자정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베오그라드연합뉴스) 권혁창 특파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