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작년 6월 말에 내놓았던 아이디어들을 최종 확정,올해부터 본격적인 추진에 나선다. 농림부는 경제사업 활성화 방안을 농협의 신·경분리 최종안에 담아 이르면 내달 발표할 예정이다.


○농협의 복안은

농협이 경제부문에 무려 13조원이나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은 신용부문과 분리되기 이전에 경쟁력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다. 농협의 신용부문과 경제부문은 현재 통합돼 있는데,경제부문의 만성적인 적자를 신용부문에서 메워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실제로 작년에 농협은 신용부문에서 거둔 1조300억원의 순이익 가운데 30%를 경제부문으로 돌려 경제사업 활성화를 지원했다.

농협은 "경제부문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려는 이유는 경제부문에 포함돼 있는 농촌지원 및 교육사업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협 관계자는 "일선 조합에서 농민들에게 돈을 빌려줄 때 낮은 금리를 적용하고 농업인들에게 비료와 농약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것도 중앙회가 6조원이 넘는 저리자금과 무이자자금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앙회가 신용사업을 겸영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일들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농협 주장은 조직편의주의일 뿐"

그러나 농협의 이 같은 경제부문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일부에서는 '조직 기반을 안정적으로 마련하겠다는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농촌과 농민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기보다는 경제사업 부문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높은 임금과 복지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사람들이 꽤 많다.

실제로 농협은 경제부문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곳곳에서 드러냈다.

경제사업에 대한 평가 방식이 대표적인 사례다.

농림부가 올해 상반기 중 평가 지표를 개발해 내년부터 산지조합별로 경제사업을 평가,종합 순위를 매긴 다음 등급별로 차등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했지만 농협은 적용시기를 2009년으로 미루고,순위를 매기는 방식도 종합 순위가 아닌 품목(청과 양곡 축산 가공 인삼 등)별 순위로 하자고 수정 제안한 상태다.

사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신·경분리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재경부는 농협 조직이 비대한 데다 사업영역이 많아 부문별 사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지배구조 및 사업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중앙회와 지역농협이 제각각 금융사업을 벌이면서 이해상충 문제가 빚어지는 만큼 신용사업을 빨리 분리해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과 경제부문에 방화벽을 쌓고,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에 '신용부문'과 '경제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것이 낫다는 게 재경부의 판단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농협의 구조는

농협의 사업은 신용 경제 교육 등 3개 부문으로 구분된다.

경제사업은 농·축산물 유통사업 및 가공사업,영농자재 및 생활용품 공급 사업,인삼 생산·유통 등이며,교육사업은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농업인 교육과 생산지원 활동이다.

신용사업은 은행 공제(보험) 카드 증권(NH투자증권) 투신(농협CA투신) 등의 금융업무를 영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