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권경쟁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50% 안팎의 지지율로 독주체제를 굳혀가자 당내 다른 후보들이 집중적인 견제에 나서고 있다.

최대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는 물론이고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원희룡 의원까지 '이명박 때리기'에 가세하는 모습이다.

이 전 시장 공격에 가장 열성적인 주자는 박 전 대표다.

'네거티브 선거전략'이라는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검증론'을 거듭 주장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지난 13일 강원도당 신년하례식에서 후보검증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제기한 이후 "국민이 궁금해 하는 문제에 대해 해소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김대업 같은 사람 10명이 나오더라도 아무런 문제없이 당선될 사람을 후보로 내야 한다","예방주사나 백신을 맞는 기분으로 우리가 자체적으로 거를 것은 걸러야 한다" 등 발언의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이처럼 공세를 강화하는 것은 어떻게든 2월 설 연휴 전까지 지지율 반전을 위한 계기를 마련해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구정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독주체제가 이어지면 '이명박 대세론'이 확산돼 더 이상 추격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이 배어있다.

손 전 지사는 이 전 시장측의 '줄세우기'를 끈질기게 문제삼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말 당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이 모인 송년간담회에서 "국회의원과 지구당위원장,광역·기초의원까지 줄세우기를 강요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손 전 지사 측은 "지금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언제든지 이 문제를 다시 제기하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다.

원 의원은 지난 17일 충남도당 신년하례회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행정중심복합도시가 흐지부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면서 "다른 분들은 염려가 없는 것 같고,이 전 시장님도 약속하시죠"라며 이 전 시장을 걸고 넘어졌다.

서울시장 재직 시절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것을 교묘하게 부각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21일 기자회견에서는 "대선공약에 대한 정책검증을 시작하겠다"고 밝혀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등에 대해 본격적인 공격을 예고하기도 했다.

수성(守城)의 입장에 있는 이 전 시장 측은 내심 불쾌해 하면서도 맞대응보다는 무대응 전략을 펴고 있다.

이 전 시장이 검증론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나,자신의 팬클럽에 '맞대응을 자제하라'고 강력히 주문한 점 등이 이를 잘 보여준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