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군'들이 연초부터 정면 대결을 펼치면서 '본의 아니게' 친구에서 살벌한 관계로 변한 의원들이 있다.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의 '창과 방패'역할을 하고 있는 유승민,정두언 의원이다.

이들은 새해 벽두부터 경선방식 및 시기,후보 검증 문제를 놓고 양 진영의 대표적 전사로 날카롭게 맞붙고 있다.

두 사람은 비록 적으로 대면하고 있지만,친분이 두텁다.

정 의원이 "가장 친하다.

서로 좋아하고 인정한다"고 할 정도다.

대학 동기(서울대 상대 76학번)이며 둘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시절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정 의원은 '이명박 서울시장' 때 정무부시장을 지냈고,유 의원은 비서실장으로 박 전 대표와 인연을 맺으면서 각기 최측근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 의원이 주 공격수로 먼저 나섰지만,유 의원은 대선 정책 개발에 몰두하면서 싸움다운 싸움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 의원은 '이명박에 관한 7가지 거짓말' '이명박은 왜 고공비행을 하는가'를 비롯한 칼럼을 통해 이 전 시장과 관련한 여러 의혹들을 해명하는 데 매달렸다.

또 지난해 7월엔 '박근혜 대세론'에 대해 "대세론이라는 것은 한 달마다 달라지는 것"이라고 견제에 나서기도 했다.

정 의원은 이렇게 나선 데 대해 21일 "이 전 시장이야말로 나라를 일으켜 세울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가 알아서 발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밑에 있던 유 의원은 올 들어 '총대'를 멨다.

경선 시기부터 건드렸다.

그는 지난 8일 "선거라는 것은 상대가 있는데 우리 혼자 독불장군처럼 (여당보다 후보를 먼저 뽑고) 할 필요가 있느냐"며 싸움에 불을 붙였다.

이후 후보 검증 필요성을 집중제기 했고,이에 정 의원이 "지지율이 성적표다"고 하는 등 일일이 대응하면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정책통'인 유 의원이 앞장선 데 대해 다소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지난해 정 의원의 공격에 대해 유 의원은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나름대로 고민해온 끝에 박 전 대표가 본격 경선전을 시작하는 새해에 전면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대결은 이제 서막에 불과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당에서 내달부터 경선시기,룰,검증 방법 등을 본격 논의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본게임'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홍영식·김인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