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이 19일 독일 베를린에서 사흘간 열린 북·미 6자회담 수석대표 간 회동 결과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지하게 진행됐고 일정한 합의가 이룩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했다.

이날 방한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도 "매우 유용한 논의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합의 유무에 대해선 북한과 생각이 달랐다.

그는 "합의는 6자회담에서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베를린에서의 유용한 논의(discussion)가 6자회담에서의 합의(agreement)를 위해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천영우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와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을 차례로 만나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의 회동 결과를 설명했다.

북한이 주장한 '일정한 합의'와 관련,북·미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서로 주고받을 것을 놓고 의견을 좁히는 성과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5차 2단계 6자회담에서 북한이 영변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하고 모니터링에 응할 경우 안전보장,평화협정,에너지지원,경제협력 중 상응조치로 해줄 수 있는 항목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미국의 금융 제재 철회를 끈질기게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북한 돈 2400만달러가 동결돼있는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문제 해결에 대해 전향적인 언질을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콜린 매카스킬 대동신용은행 대주주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BDA에 동결된 대동신용은행 자금을 곧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정황적 판단"을 언급한 데 대해,정부 당국자는 "대동신용은행이 자금의 합법성을 확실히 입증할 수 있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엔 북한이(위폐 사업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기 때문에 미국과의 협상이 전혀 진전이 안 됐으나 지금은 북·미 간에 자료가 오가고 있다"는 것이다.

힐 차관보는 BDA문제와 관련,"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룰 메커니즘이 따로 있다"며 언급을 회피했으나 "지난해 12월 베이징(북·미 금융실무)협의와 같은 내실있는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북·미 간 금융 실무협의가 다음 주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에 돌아가 우리 팀(재무부)과 얘기해보고 뉴욕 채널을 통해 장소를 확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