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E산업을 경영하는 K씨는 단로기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단로기는 고압송전에서 벼락과 같이 갑자기 큰 전압이 송전선로에 걸릴 때 송전장비를 고압에서 보호하는 장치다. K씨는 자기가 개발해 특허등록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었는데 실용신안권자로부터 침해를 중지하라는 경고와 함께 침해금지소송을 당했다.

이에 특허를 처리했던 변리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고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소송절차에서 그 변리사는 소송대리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담당판사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추가로 변호사를 선임했다. 결국 변리사와 변호사 이중으로 대리인 비용을 지불하게 됐다.

이런 일은 특허침해소송에서 자주 일어나는 경우로 대부분의 특허침해 관련 당사자는 이중으로 소송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특허침해사건의 경우 사건의 핵심은 특허권의 범위와 침해혐의를 받는 물품이나 기술의 동일성 여부이기 때문에 기술과 특허제도를 이해하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따라서 특허침해소송에서 핵심역할은 변리사가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K씨와 같은 사건당사자는 변리사에게 특허침해소송의 대응을 맡기길 원한다. 변리사법에도 변리사가 법원에서 소송대리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법에 규정된 내용이 무시되고 결과적으로 법률소비자에게 이중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사건과 같이 변리사가 특허침해소송에서 배제되는 것이 타당할까.

변리사법 제2조(업무)에는 '변리사는 특허,실용신안,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하여 특허청 또는 법원에 대하여 하여야 할 사항의 대리 및 그 사항에 관한 감정 기타의 사무를 행함을 업으로 한다',제8조(소송대리인이 될 자격)에는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조문은 아주 명확하다. 이 조문을 두고 변리사가 특허 상표 디자인 사건에 대해 법정에서 소송대리를 할 수 없다고 해석할 사람이 있을까. 우리글을 해독할 수 있는 일반시민 민사소송법학자들은 변리사에게 산업재산권 사건에 대해 소송대리권이 있다고 해석한다.

그런데 정작 변호사 판사 등 법조계 사람들은 왜 소송대리권이 없다고 읽을까. 특허에 관련된 소송은 권리의 발생에 관련된 소송(심결취소소송),특허에 관련한 행정처분에 관한 소송(행정소송),특허침해소송,기타 특허에 관련된 소송(가처분ㆍ형사소송) 등으로 구분된다.

변리사법 규정에 따라 변리사는 심결취소소송 등 특허에 관련한 소송을 수행하고 있지만 유독 특허침해소송에서는 마땅한 법해석을 제시하지 않고 배제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법 해석과 적용인지 알 수 없다. 소송대리인 지위는 법률 서비스공급자들을 기준으로 있네,없네 다툴 일이 아니다. 법률소비자인 발명가,기업 등 당사자가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이해하고 그 기준을 해석 적용하는 게 정도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고영회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