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최근 행보가 확연하게 대비된다.

박 전 대표가 거침없는 공세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반면,이 전 시장은 싸움을 피하며 한껏 몸을 낮추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언행이 완전히 '전투모드'로 바뀐 분위기다.

이 전 시장을 정면으로 겨누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박 전 대표뿐만 아니라 측근들도 대선에 관한 한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 전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선 시기나 방법,대선후보 검증 등 현안에 대해 이 전 시장에 '선(先)공격'을 가하며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게 대표적 예다.

1600여명에 이르는 외곽 지원조직이 출범됐고,분야별 자문단 명단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이 전 시장에 비해 '세(勢)'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속셈이라는 해석이다.

'여성'이 핸디캡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강인함'을 부각시키며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다.

"올해 비장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하는가 하면,"위기에 강한 게 여성"이라고 맞받아쳤다.

'박근혜식 대처리즘'을 언급한 것도 같은 차원이다.

시도별 당 신년하례식을 비롯한 각종 행사에 참석하느라 연일 전국을 돌고 있다.

올 들어 매주 한 번 정례 기자간담회를 갖는 등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지난해 측근들을 중심으로 경선 룰 등과 관련해 집중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지만,올해는 좀처럼 먼저 나서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에서 경선 시기나 검증 문제 등을 건드리는 데 대해,방어에 그치고 있다.

주말인 13일 강원도당 신년하례회에 참석한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워낙 막중하기 때문에 당연히 검증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이 전 시장은 "소이부답(笑而不答)이다.

웃음으로써 대답을 대신한다"며 피했다.

한 측근은 14일 "특별하게 대응할 것은 없고 묵묵히 지금까지 해 왔던 대로 가겠다"고 말했다.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상황에서 굳이 맞서싸워 득 될 게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사소한 언행의 실수라도 있으면 '고공지지율'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도 몸을 사리는 한 이유로 보인다.

그러나 이 전 시장측 일각에선 박 전 대표측의 검증 주장에 대해 ♥제2의 김대업 사태를 조장한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는 한편 예상되는 검증 사안에 대한 검토 작업도 고려하고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