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 보호무역 때문" 은근한 압력
"中 자본.기술 제품 수요와 對中 투자 증가가 주원인"

중국의 지난해 무역흑자가 전년 대비 75% 증가한 1천774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한국과의 수출입에선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는 막대한 무역흑자로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에 시달리면서 반대로 한국에 대해선 한국의 무역 보호주의 행태를 내세워 은근한 압력을 가해오고 있다.

지난해 한중 무역에 대한 구체적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지난 2005년 중국은 한국과 교역에서 417억6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92년 수교 당시보다 189배나 늘어난 수치로 지난해에도 적자를 기록한 것이 확실시된다.

중국 일각에선 이를 두고 중국이 한국 최대의 `현금인출기'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한중무역 불균형이 한국의 무역보호주의 때문이라며 중국의 취업난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미국이 대중국 무역적자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과 자못 유사하다.

중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곡물, 채소 등 농산물과 일부 노동집약형 상품에 대해 한국 정부가 높은 관세 장벽을 세워두고 세이프가드나 반덤핑 제소 등 비관세 조치를 취해 중국상품의 한국시장 진입을 막는다는게 이들 주장의 요지다.

이들은 2005년말 발생했던 김치 기생충알 검출 파동을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한다.

또 중국이 한국드라마를 대량 수입, 방영하면서 한국 스타들이 중국에서 주요 광고모델로 활약하고 있지만 한국에선 방송사가 중국 드라마를 방영치도, 중국 스타들이 한국 광고에도 출연치도 않는다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한중 무역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한국의 무역보호가 중국이 대(對) 한국 무역에서 거액의 적자를 낸 주요 원인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평론가 위무잔(郁募잠<삼수변+甚>)은 "한국의 산업구조와 중국이 필요로 하는 제품 구조의 일치성이 높고 한국의 대중국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한중무역 불균형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한국에서 수입하는 상품은 주로 석유화학제품과 화학공업원료, 전자제품, 피혁, 종이, 철강 등으로 한중 수교이래 중국이 초고속 경제성장을 구가하면서 이들 자본 및 기술 집약형 상품에 대한 수요도 갈수록 증가했다.

한국도 더불어 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경제체질을 개선, 산업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자본과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자, 자동차, 화공, 철강 등에서 큰폭의 수출증가세를 이뤘다.

이는 중국이 수입하는 제품의 수요 구조와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중국 세관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중국 수입품중 최대 품목은 전자 및 기계류로 수입액 438억9천만달러 가운데 한국산이 75%인 331억4천만달러에 달했다.

이 비율은 전년대비 30.2% 증가했다.

반면 한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상품은 섬유류와 금속원료, 광산품, 농산품 등 저부가가치 상품이나 자원.노동 집약형 제품으로 가격에 따라 쉽게 대체 가능한 품목이 대부분이다.

결국 한중 양국의 수입상품 자체에 수요구조상의 차이가 존재하고 이는 양국 무역 불균형이 선천적으로 태동할 수 밖에 없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한국의 대중국 직접투자가 급속히 늘어나는 것도 한 원인이다.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은 한국 기업들이 생산 및 가공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며 이들 중국 진출 한국기업은 한국에서 설비, 부품, 원재료를 수입, 가공조립한 이후 다시 한국과 다른 국가로 판매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2003년 1천180곳의 중국 투자 한국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한국 원재료에 대한 수입 의존도는 40%에 달하고 가공제품을 다시 한국으로 수출하는 비율도 16%에 이르렀다.

위무잔은 "한중 무역상의 이런 실상은 미국이 미중 무역적자에 따라 위안화 절상압력을 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