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11일 기자 간담회는 야4당의 개헌논의 거부로 인해 좌초 위기를 맞은 개헌논의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긴급히 마련됐다.

노 대통령이 지난 9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당시 "따로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기자 간담회를 예정했으나 이날 오전 급하게 일정이 마련된 데는 전날 밤 야4당의 오찬회동 거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당초 사회 각계 인사들과 먼저 만나 개헌 제안의 정당성을 알리며 개헌 분위기를 확산해 나가겠다는 계획이 차질을 빚자 시간적 여유를 두고 가지려고 한 기자 간담회 일정을 앞당겨 즉각 대국민 설득에 나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시종일관 개헌 제안의 순수성을 강조했다.

첫 마디로 "헌법이 개정되더라도 제가 다시 대통령에 출마할 수 없다"는 말도 같은 취지였다.

현행 헌법상 대통령은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다시 출마하지 못한다고 돼 있지만 시중에서 개헌의 목적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해 보려는 술책'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이다.

그러면서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자신의 정치행보까지 소개하면서 '정략으로 정치하지 않는다.

원칙대로 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개헌 관철을 위해 탈당카드도 열어놨다.

'야당들의 요구'라는 전제가 달렸다는 점에서 강한 의지 표현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없지는 않지만 야4당의 반대로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한 상황인 만큼 개헌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탈당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 대통령은 느닷없는 개헌 제안으로 경제,민생현안이 밀려날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도 "개헌은 국가의 기본 제도에 대한 정책으로,정치 얘기로 깎아내리지 않았으면 한다"며 "개헌이 국정에 지장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한나라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 앞에 던져진 중요한 국가적 의제에 대해 말도 안 하고 깔아뭉개고 넘어가 버리겠다는 것이야말로 여론의 지지를 가지고 국정을 실질적으로 주도한다고 자부하는 공당이 취할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포문을 연 뒤 "토론거부 결의안까지 하고 함구령까지 내리는 것은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은 차기 대선주자들에게도 "개헌안이 통과되면 다음 대통령은 안정된 입지를 갖고 대통령을 할 수 있다"면서 "왜 굳이 개헌문제를 안고 가려 하나"라며 대화를 제의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기자 간담회가 개헌논의를 되살리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당장 야당의 반응이 싸늘하기 때문이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