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熙烈 <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 hyyu@krcf.re.kr >

중국의 해신(海神)으로 추앙받는'정화'는 1405년부터 1433년에 이르는 남해 대원정을 통해 콜럼버스와 바스코다가마보다 먼저 인도와 아프리카에 도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세계인의 주목을 끈 흥미로운 발표가 있었다.

멘지스라는 영국의 퇴역 장교가 14년간 140개국을 누빈 끝에 밝혀낸 사실은 1421년 정화함대가 신대륙까지 정복했다는 것이다.

콜럼버스보다도 72년이나 앞선 것이다.

이를 뒷받침할 증거들도 제시했고,정화의 지도를 갖고 마젤란과 콜럼버스가 세계 일주를 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중국이 어떻게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을까? 과연 그 비결은 무엇일까? 환관 출신의 9척 장신,명나라 제독 정화는 영락제의 명령을 받아 대규모 함대를 이끌고 세계 항해에 나섰다.

그들을 움직인 것은 세상 천하를 중화(中華) 질서 아래 놓겠다는 야망이었고,그것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들이 가진 탁월한 '개방성'이었다.

그러나 그 후 자금성에 대화재가 일어나고 나서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환관과 관료와의 권력 투쟁에서 관료가 승리한 후 각 지역의 조선소를 모두 불태웠고,심지어 청나라 때에는 연안지방의 사람들을 내륙으로 이주시키는 등의 쇄국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정화'시대에 가지고 있던 나침반,화약,인쇄기술 등 세계 최고 기술들이 사장(死藏)되었고 아편전쟁 등으로 서양의 열강들에 굴욕을 당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역사적으로 보면 개방하지 않는 나라는 항상 망했다.

로마제국의 핵심 성공요인이 개방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오늘날도 이 법칙은 고스란히 적용된다.

아일랜드는 협소한 내수시장과 유럽의 변방이라는 한계를 적극적인 유럽연합(EU) 참여와 성공적 외자유치를 통해 극복하고 경제도약에 성공함으로써 '켈트의 호랑이'란 별명을 얻었다.

'세계는 평평하다(World is flat)'고 하는 지금이야말로 우리에게 개방의 지혜가 필요할 때다.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수출ㆍ입에 의존하고 인구의 10% 이상이 해외에 거주하는 우리나라는 특히 개방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

자유무역협정(FTA)은 세계 각국이 개방을 위해 선택한 가장 보편적인 통상정책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ㆍ미 FTA는 교역ㆍ생산ㆍ투자ㆍ고용 확대를 이끌어 내고 대미(對美)수출환경을 개선해 세계 최대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근간이 된다.

한·미 FTA가 우리 경제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으나,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던져주고 성공의 기회를 넓혀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꽁꽁 닫아놓은 문을 통해서는 그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1421년 열린 바닷길을 따라 대륙을 품에 안았던 그들처럼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 희망호의 돛을 올리고 세계의 바다를 향해 출항을 시작해야 할 때다.